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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3國의 오늘(격변 IMF 1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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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3國의 오늘(격변 IMF 1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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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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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泰 “금융 안정세” 印尼 “아직 불안”/한국·태국­개혁 강력추진·정권교체 재협상 통해 부작용 완화.엔高 등 외부 여건 맞물려올 하반기부터 점차 호전/인도네시아­정국 불안·초기 저항으로 국제신뢰 얻는데 실패 경제회복 노력 늦어져아시아 경제는 회복할 것인가? 세계가 숨을 죽인 채 또다시 아시아를 주시하고 있다. 1년 전의 아시아 금융위기가 러시아와 남미를 거쳐 지구촌 규모의 경제위기로 확대되면서 이 지역의 회생 여부는 이제 세계 경제의 앞날을 가늠할 척도가 되고 있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국민에게 고통의 이유를 설명하고 개혁을 추진한 정부는 위기극복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아직 뚜렷한 비전을 세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말은 비슷한 시기에 함께 IMF 「신탁통치국」으로 전락한 뒤 경제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의 엇갈리고 있는 현주소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짚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97년 7월 태국 바트화의 평가절하 이후 아시아 전역을 휩쓴 금융위기 광풍(狂風) 속에서 「IMF 투항국」인 이 세 나라가 지난 1년여 동안 겪은 고통은 극심했다. IMF는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 국가들에게 극도의 재정긴축과 금융부문을 중심으로 한 단호한 구조조정 등을 강요했다. 신용경색으로 해외자금줄이 거의 차단된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같은 조치는 곧바로 사회불안으로 이어졌다. 바닥을 모르는 경기침체,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고 속에서 실업자가 되어 길거리에 내몰린 수백만의 몰락한 서민·중산층이 급속히 정부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 야기됐다.

한국이 IMF에 투항한 지난해 11월은 「다행히」 정부 교체기였다. 그래서 전정부에 대한 불신임은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의 모양새를 갖췄다. 반면, 태국의 차왈릿 융차이윳 전총리와 인도네시아의 철권통치자 수하르토 대통령은 각각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에 「중도하차」식으로 권좌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위기 극복의 숙제는 3국 모두 고스란히 새 정부에 넘겨졌다. 하지만 여야 정권교체를 거쳐 보다 효과적인 새 출발이 가능했던 한국·태국과 달리 수하르토와의 단절을 이루지 못한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정국불안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함으로써 경제회복의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1년여 전 이 국가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금융시장의 안정과 대외 신인도 회복이었다. IMF가 한국 등 3국에 모두 1,000억달러가 넘는 구제금융을 주기로 결정한 것도 이 국가들의 채무불이행 (디폴트)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긴급 수혈」이었다. 하지만 구제금융 약속 자체가 상황을 안정시키지는 못했다.

한국은 이런 상황 속에서 적극적 개혁프로그램을 채택했다. 지난해 1월 28일 단기 외채의 장기 전환을 골자로 하는 외채협상 타결에 이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성공적 발행 등으로 대외 신인도 회복의 전기를 마련했다.

태국 역시 추안 리크파이 신임 총리의 등장과 58개 금융회사 정리를 시작으로 IMF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 기초적인 신뢰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신정부 출범 이후에도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을 골자로 하는 한국과 태국의 경제개혁은 곧바로 극심한 경기침체, 잇단 기업도산에 따른 산업기반의 붕괴 등 부작용을 야기했다. 거품 제거를 위해 긴축을 골자로 하는 경제개혁과 경기부양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정책목표 사이에서 정부가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아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한국과 태국은 이에 따라 올 5월을 전후한 IMF와의 재협상과정에서 재정확대, 금리인하 등 부분적인 경기부양책을 주장했고 IMF에 대한 비판 분위기에 따라 이를 관철할 수 있었다. 환율 금리 주가 등 양국의 금융시장이 올 하반기 들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같은 사정과 엔화강세 등 외부 여건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지난해 10월 IMF 구제금융 신청에도 불구하고 개혁프로그램에 대한 수하르토 정권의 저항 등으로 초기 신뢰회복에 실패한 인도네시아의 불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하비비 대통령의 과도정부 출범 후인 8월에 일부 디폴트 상황까지 갔던 것에 비하면 최근 상황은 아주 좋아진 편이다. 최고 달러당 1만 7,000루피아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7,500루피아 선에서 안정을 찾았고, 최고 연간 80% 수준까지 올랐던 인플레이션율도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11월 들어 또다시 하비비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 해외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인도 회복과 경제개혁에도 불구하고 3국이 지금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역시 지속적 회복세를 보장할 수 있는 실물경제의 복원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수출시장인 미국 경기의 지속 및 일본의 경제회복이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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