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韓씨 베이징서 이회성씨와 통화확인/李 총재가 문건 보았는지 여부가 核으로30일 열린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첫 공판에서 한성기(韓成基·39·포스데이터 고문)씨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측에게 「북한 카드 활용계획」을 서면보고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총풍」사건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은 이날 공판직전까지 이번 보고서 건은 물론 한씨의 수사기록까지 재판부에 넘기지 않고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검찰의 히든카드는 2시간여의 직접신문이 끝날 즈음 꺼내졌다. 서울지검 공안1부 박철준(朴澈俊) 검사는 『추가질의를 하겠다』며 운을 뗀 뒤 서면보고 사실을 캐물었다. 한씨가 머뭇거리다 이를 시인하자 당황한 변호인단은 『검찰에서 추가질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서면보고서는 배후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씨가 출국 전 유세장까지 찾아 가 이총재측에게 보고하고 귀국 후에도 상황을 알린 것이 사실이라면 이총재측이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을 사전 또는 사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그동안 이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해 온 이총재는 최소한 도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검찰 수사의 진전 여부에 따라서는 참고인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씨가 베이징에서 이후보의 동생 이회성(李會晟)씨와 2번이나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나타나 이총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씨는 당시 베이징에서 장진호(張震浩) 진로그룹 회장과 오정은(吳靜恩·46·전 청와대행정관)씨에게도 각각 8차례, 12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이총재의 직접 관련성이 입증됐다고는 볼 수 없다. 서면보고를 측근에게 전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총재가 이사건과 직접 개입했거나 배후라는 확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씨도 서면보고서를 이총재의 수행비서와 운전기사에게 전달한 만큼 이총재가 직접 보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한씨가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 과장된 보고서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총재의 측근들이 보고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거나 받았더라도 이총재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실제 전달여부를 입증할 방법은 없다.
이날 공판에서 한씨와 오씨는 『북한측에 북풍을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일으킬 것인지 등에 대해 물어본 것일 뿐 무력시위를 요청한 적은 없으며 「총격」의 「총」자도 꺼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기억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검찰이 배후에 관한 수사내용을 공판 첫 날부터 공개한 점으로 미루어 앞으로 계속될 공판에서 배후논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박일근·이영태 기자>박일근·이영태>
◎검찰 ‘보고’ 물증확보 어떻게/안기부가 뒤늦게 넘긴 압수디스켓서 발견
○…한성기씨가 판문점 총격요청 관련 내용을 이후보측에 2차례 보고했다는 사실은 검찰의 압수물 분석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달 19일 핵심 3인방인 한성기, 장석중, 오정은씨의 자택을 비밀리에 수색했다. 검찰은 이때 한씨 가족등에게서 『이미 안기부가 9월12일 압수수색에서 상당량의 증거물을 가져갔다』는 말을 듣고 확인한 결과, 안기부가 9월28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압수물 일부를 검찰에 넘기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다. 검찰은 곧바로 안기부에 압수물 일체를 건네도록 요구했고 지난달 21일 한씨가 사용하던 컴퓨터 본체와 디스켓이 검찰로 넘겨졌다.
검찰은 전문가를 동원, 컴퓨터 디스켓을 정밀검색한 결과 이틀 뒤인 23일 한씨가 당시 이후보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비밀파일을 발견하고 28일 김태정(金泰政) 검찰총장에 보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안기부가 압수물들을 왜 검찰에 넘기지 않았는지 의아스럽다』며 『안기부가 압수후 2주일이 지나도록 압수물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씨와 장석중씨는 중국 베이징의 캠핀스키 호텔에 머물면서 총 89회의 국제통화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통화내역은 이후보의 동생 회성씨와 2차례, 진로그룹 장회장과 8차례, 오정은씨와 12차례, 안기부 직원 강모씨와 14차례, 북한 평양시 교환원과 2차례 등이다.
검찰은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 통화내역을 직접 요청하지 않은 대신 지난달 6일 호텔측으로부터 한·장씨 명의로 숙박비 명세서를 넘겨받아 물증을 확보했다.<박정철 기자>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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