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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방식을 바꾸자/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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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방식을 바꾸자/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입력
1998.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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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이 고비용과 저효율로 인한 산업의 경쟁력 약화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이 국민생활 관행의 후진성으로 인한 생활위기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같다. 생활위기라 함은 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국민생활이 향상되지 않고 오히려 후퇴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성장의 목적은, 그리고 국민들의 바람은 생활향상에 있는 것인데 이것이 막히게 되면 위기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우리나라 사람들 개개인은 미국이나 유럽사람들보다는 부유하다. 선진국에서 잘사는 고소득층 사람들이 재산을 다 팔아서 우리나라에 오면 아파트 한 채도 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인이 못사는 이유는 어디 있는가. 그리고 왜 경제가 성장해도 국민생활은 향상될 수 없는 것인가.

첫째로 개개인은 부유하지만 사회가 가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개인저축률은 35%로 세계 으뜸이지만 사회저축은 기피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개인 재산은 많지만 사회재산은 빈약하다. 사회저축이란 세금, 연금이나 보험과 같은 사회보장 출연금, 유산의 사회환원, 사회봉사활동과 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저축을 말하며 사회재산이란 이러한 사회저축으로 만들어지는 교통시설, 자연과 환경보전, 교육시설, 의료시설, 휴식공간 등을 뜻한다. 그동안 우리의 생활문제가 먹는 것과 입는 것일 때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것들은 경제만 성장하면 해결될 수 있었고 개인재산만 있으면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생활문제는 교통, 환경, 자녀교육, 의료, 휴식공간, 사회보장을 사회재산에 의해 결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것들은 개인재산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개인재산만 내 재산이고 사회재산은 내 재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둘째로 우리 생활의 내용이 불합리하고 낭비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자녀들의 결혼식에 연간 30조원의 돈을 쏟아넣고 있다. 이 돈은 국민총생산의 7%에 해당하며 16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들에게 한 사람당 매달 200만원씩 줄 수 있는 돈이다. 도시생활비의 20%를 차지한다는 사교육비는 사회저축으로서만 해결이 가능한 교육문제를 개인재산으로 해결하려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학교시설은 확충하지 않으면서 내 자식만 좋은 대학 보내려고 과외를 시킨다면 그것이 근본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우리의 귀금속 수입은 한해 10조원이 넘어 세계에서 미국 일본 다음의 세번째이고 그 8할은 밀수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환경문제나 휴식공간문제, 그리고 비효율적인 장례문화 등이 모두 맥을 같이 하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생활문화의 개혁없이는 삶의 선진화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로 우리가 못사는 것은 고물가(高物價)때문이다. 우리나라 생활비는 미국이나 캐나다에 비한다면 거의 갑절이나 비싸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경제가 성장하여 소득이 늘어도 국민생활이 향상되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물가가 비싸게 된 이유는 기업의 차입성장으로 인한 금리부담의 소비자전가, 고임금저효율구조, 산업보호, 높은 땅값 등을 지적할 수 있다.

끝으로 가장(家長) 혼자 일하는 사회관행을 고쳐야 한다. 가장 혼자 일하면서 생활수준을 높이려면 끝없이 임금을 올리는 길밖에 없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제 온 가족이 일터에 나가지 않으면 생활을 향상할 수 없는 시대에 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보다 못사는 이유는 우리가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는 방식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경제만 성장하면 국민생활이 향상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의식개혁과 생활개혁이 따르지 않으면 국민생활의 선진화는 이룩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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