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가 읽은 한 신문은 소득감소, 물가인상, 폭발적 실업률 등 한국이 IMF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치른 값비싼 대가에 대해 큰 지면을 할애한 것을 보았다.필자 자신도 그 대가의 심각성에 동의함과 동시에 그로 말미암아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한국민들의 처지가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IMF처방에 부분적 문제가 있다 치더라도 무리하게 돈을 빌려 쓴 후 그 돈이 남의 돈이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결국 나라 전체를 부실의 상태까지 이르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IMF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점이다.
나는 상당수 한국인들의 상호관계가 「신세」라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 말이다. 한 예로 나는 한 한국인 친구를 도와준 일이 있는데 그 친구는 나의 도움을 기억했고 그리고 조용히 「신세」를 갚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돈을 빌릴 때는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한국의 기업들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진전시킬 때 돈을 빌리는 일이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사업에 투자할 때는 결국 원금에 이자를 더해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만 한다.
「빚 내서 빚 갚기」는 어느새 기업의 차원을 넘어서 국가적인 차원의 주요 난관 극복법이 되었다. 최근 모그룹은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대출상환불능의 위험에 노출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그룹총수의 말은 다른 대출선이 충분히 잡혀 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대출은 대출 상환이 아니다. 결국 이것은 신세를 갚지 못한 나머지 또 다른 신세를 지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문화는 많은 부분이 「존중」이라는 덕목에 그 뿌리를 둔다. 직장상사에 대한 존중, 부모나 연장자에 대한 존중, 또는 조상에 대한 존중 등.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돈에 대한 존중은? 당신들이 빌리고 또 이자와 함께 갚아야 하는 바로 그 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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