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의 세월을 버텨온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보면 왜 그것을 고대 7대 불가사의(不可思議)중 하나로 꼽는 지 알 수 있다. 16톤이나 되는 거대한 돌 200여만 개를 크기와 무게를 감안해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하고 쌓아올린 건축술에 놀랄 수밖에 없다.불가사의는 과거에만 있을까. 보기에 따라서는 오늘날에도 불가사의한 일들이 쉴새없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사회를 한번 둘러보자.
우선 러시아. 언론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제2의 혁명 직전 상황이다. 96년 11월 심장수술 이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제 한 몸 간수하기도 힘들다. 23일에는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보다 「병문안」을 가야 했다. 경제적으로도 대외채무에 대한 디폴트(상환 불이행)에 빠졌다. 체불임금·연금, 루블화 폭락과 초인플레, 식량부족 사태 등으로 국민생활은 더욱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총체적 위기의 옐친정권은 피라미드처럼 무너지지 않고 있다.
이라크의 후세인 체제. 쿠웨이트 침공이라는 원죄를 안고 있는 이라크는 현재 유엔의 경제제재로 국가파산 상태. 식량과 의약품 및 물품 부족, 미국의 끊임없는 목조르기와 무력시위에 후세인정권은 곧 숨이 끊어질 것 같다. 그러나 그가 물러나기는 커녕 빌 클린턴 대통령보다도 더 오래 집권할 것이다.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러시아는 수십년간 온갖 어려움을 헤쳐온 강인한 민족성에다 겨울이면 찾아 오는 변고설에 익숙해 있다. 웬만한 일에는 꿈쩍않는 대륙성 기질과 자급자족형 경제구조 등도 체제를 떠받치고 있다.
후세인은 미국과 「성전」을 벌일 수 있는 영웅으로, 또 불순한 내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만한 힘을 갖고 있다. 후세인(요르단 국왕)이 46년, 아사드(시리아대통령)가 28년, 파드(사우디국왕)가 16년 등 장기권좌를 지키는 주변국가들은 「이웃집 독재의 붕괴」를 경계하고 있다.
영국 최고법원은 25일 드디어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단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정작 그의 독재치하를 겪은 칠레정부는 억울하다고 난리다. 이 또한 불가사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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