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불교계가 화장(火葬) 장려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장묘문화개선 운동은 지난 여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에 동참하면서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는데, 영향력이 큰 종교계가 가세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됐다. 교파를 초월해 장례문화 개선에 나서고 있는 교회들은 최근 「기독교 화장장려운동본부」발족 취지문을 전국교회에 보내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기독교 신자들은 일반적으로 부활신앙 때문에 육신을 소멸시키는 화장을 꺼리고 있다. 따라서 이 취지문은 『육신은 영혼을 덮고 있는 일시적 텐트에 불과할 뿐이다. 의식있는 교회들이 바른 부활신앙으로 무장하고 화장장려운동에 적극 나서 달라』고 역설하고 있다. 사랑의 교회, 소망교회, 지구촌교회 등이 폭넓게 참여하게 될 운동본부는 다음달 16일 정식 발족될 예정이다. 이 운동은 오래 전부터 화장과 납골당 제도를 주장해온 목사들을 중심으로 준비돼 왔고, 지난달에는 이 운동에 관한 세미나도 열었다.
케이블TV 불교텔레비전(btn)도 전국민에게 불교식 생명관에 기초한 다비식(화장)을 권하는 「장묘문화 개선을 위한 국토사랑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조계사 입구 등 서울 전역에서 취지문을 배포하고 화장 동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btn은 현대식 공원형 납골당도 분양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에 조성 중인 납골당 극락영묘전은 2만5,000기가 봉안될 수 있는 규모다. 이 납골당은 이미 운영되고 있는 원불교의 납골당과 함께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그러나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과 종교계의 동참 등 장묘문화 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돼 가는 것과는 달리 분묘제도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흔들리는 것은 매우 실망스런 일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23일 집단(공동)묘지의 매장기간을 최장 60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예고안을 의결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개인묘지에도 매장기간 제한을 적용하려 했으나, 규제개혁위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묘제도 개선의 핵심은 좁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다. 그러나 이제 많은 이들은 매장기간의 제한이 있는 집단묘지에 조상을 모시기 보다는 제한이 없는 개인묘지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묘지의 매장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제도 속에서는 화장이나 납골당 장려 캠페인이 무력해지기 쉽다. 규제개혁위는 사회적으로 고조돼 가는 개선 움직임에 힘을 얻어 새로운 장묘문화를 선도해야 한다. 장묘법 입법예고안은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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