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로봇이 함께사는 시대/85년 기계硏 산업用 ‘킴봇’ 첫 상용화/90년대 청소·장난감로봇 잇달아 나와/이젠 ‘인공지능형 로봇’에 연구 집중회사원 A씨. 사무실에 출근하니 거미로봇이 건물외벽을, 청소로봇이 덕트를 청소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그의 아내는 남편과 점심을 먹으려고 맹도견로봇과 함께 시내로 나왔다. 일과를 마친 후 A씨는 골프로봇으로 오락을 즐긴다….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사는 시대. 공상만은 아니다. 앞의 사례들은 국내에서 이미 상용화했거나 개발중인 로봇들이다. 보고 움직이고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로봇은 정밀기계·전산제어·정보통신·인공지능등 복합기술의 총아다.
이제 국내에서도 비산업용 로봇, 즉 서비스·엔터테인먼트·휴먼로봇의 시대가 열린다.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로봇과 두 발로 걷고 집을 줄 아는 휴먼로봇등은 5년내 결실을 볼 정도의 수준이다. 과학기술연구원·과학기술원이 공동연구하는 수화로봇은 수화를 문자로, 말을 수화로 통역해 언어장애인과 일반인 사이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물건을 집는 팔의 기능을 대신하는 로봇도 개발중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은 내년에 두 발로 걷는 휴먼로봇 개발에 착수한다. 이미 개발한 네 다리와 두 팔의 휴먼로봇 센토(희랍신화의 반인반수·半人半獸)는 블록을 쌓거나 달걀을 집는등 세살 정도의 아이가 할 수 있는 명령을 수행한다.
로봇은 산업현장에서 위험하고 단순한 작업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해 출현했다. 70년대 말∼80년대 초 초석을 닦은 국내 로봇개발은 85년 기계연구소가 개발한 산업용 다관절 로봇 「킴봇」이 첫 상용화로봇. 기업들이 기술을 이전받아 자동차생산라인의 용접로봇, TV 조립로봇등으로 실용화했다. 85년 한국과학기술원 전자통신연구소등의 합동연구로 만들어낸 사각(四脚)보행로봇은 최초로 걸을 줄 아는 로봇이었다. 다리로 걷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기술이다. 미국은 로봇을 처음 산업현장에 투입한 게 62년. 일본은 이미 사람과 흡사하게 걷는 로봇을 내놓아 세계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90년대 들어 기업들은 각종 청소용 로봇, 인간의 명령을 인식하는 장난감로봇들을 내놓았다. 93년 엑스포에서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꿈돌이 꿈순이는 목표물을 찾아 가면서 『비켜 주세요』라는 말도 할 줄 아는 지능형 로봇이다.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때는 카메라를 장착한 로봇이 폐허더미 속을 누볐다. 해외에서는 정밀수술에 활용되는 의료로봇, 적지를 살피는 척후로봇, 우주탐사로봇등이 개발돼 쓰이고 있다.
차세대 로봇의 핵심과제는 인공지능. 예컨대 현재의 로봇은 물건을 가져오라는 명령에 따라 방해물을 피해 갈 줄은 알지만 스스로 무엇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세계적 연구수준도 영아수준의 판단력에 머물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휴먼로봇센터 이종원 센터장은 『인공지능형 로봇의 열쇠는 뇌 연구가 쥐고 있다』고 대답한다. 인간적인 로봇에 대한 해답은 인간에게 있는 것이다.<김희원 기자>김희원>
◎노벨상 언제쯤 받을까/물리·화학 등 대여섯명 논문인용지수 등 근접/“수상자 육성 전략연구 10년후엔 가능하다”
1901년 이후 노벨상 수상자는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등 6개 부문에 약 700명. 이 가운데 한국인은 없다. 97년까지의 686명 중 서구와 북미인이 89%였고, 일본(8명) 인도(3명) 중국(2명)등 아시아는 3%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논문인용지수등 지표상 노벨상에 근접한 과학자들이 있다. 과학기술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물리의 김정욱고등과학원장, 화학의 이서구(이화여대) 피터 김(MIT대) 김성호(버클리대) 교수, 생리·의학의 데니스 최(워싱턴대) 교수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이서구 교수는 『이론물리라면 모를까, 노벨상이 한 사람의 뛰어난 천재성으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 국제적 연계, 노벨상 관련단체·수상자와의 친교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한림원의 강주상(고려대 교수)씨는 수상자 육성을 위한 전략수립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10년 후 노벨상 수상권 진입이 가능하다』고.<김희원 기자>김희원>
◎과학기술 발전사/62년 자동식교환기 첫선/78년 원전 고리1호기 가동/83년 64KD램 반도체 개발/92년 우리별1호 궤도 진입
건국 직후 황무지와 같았던 한국의 과학기술은 외국것 모방에서 출발했다. 55년 군용폐차를 재생한 국산차 시발, 드럼통과 GMC트럭을 이용한 버스가 그러한 예. 59년 최초의 국산라디오가 생산됐고 60년대에는 트랜지스터형 라디오로 바뀌었다. 50년 고 공병우박사의 세벌식 한글타자기는 큰 호응을 얻었다.
60년대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 과학기술의 씨앗이 뿌려지고 70년대 중화학공업진흥정책과 함께 싹을 틔웠다.
62년 자동식 전화교환기가 나와 교환원이 사라졌고 63년 합성섬유 나일론이 생산되면서 양말을 기워 신는 풍경도 보기 어렵게 됐다. 66년에는 흑백TV가 국산화했고 67년 경인고속도로 착공으로 고속도로시대가 열렸다.
70년 조선소와 배를 동시에 짓기 시작한 현대조선소의 이색 기록은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25∼30%에 이르는 대조선국을 예고했다. 같은 해 금산 위성지구국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71년 최초의 장거리자동전화(DDD)가 서울부산간 개통됐다. 71년 지어진 삼일빌딩은 대형 H형강을 사용한 최초의 초고층 철골건물. 73년 포항종합제철소가 준공됐고 78년엔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80년대는 본격 과학기술시대가 열린 때. 83년 8비트 컴퓨터는 컴퓨터 국산화의 지평을 열었다. 광통신이 실용화한 해이기도 하다. 83년 64KD램으로 첫 선을 보인 반도체는 95년 세계 최초로 신문 8,000페이지 용량의 1GD램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84년 슈퍼옥수수, 87년 의료용 초음파진단기기, 89년 B형 간염 백신도 주요한 성과. 88년엔 남극 과학기지가 건설됐다.
90년대 접어들면서 생명공학, 항공우주등이 신기술분야로 각광을 받는다. 92년 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생이 함께 만든 최초의 위성 우리별1호가 궤도진입에 성공했다. 92년 개발된 한타박스는 77년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바이러스를 검출한 데 이은 결실이다.
96년 코드분할접속방식(CDMA) 디지털 이동통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97년 형질전환 젖소 보람은 락토페린 성분을 함유한 우유를 얻을 수 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장기이식 현황과 미래/“2000년대 초반 인공심장 상용화”/69년 신장이식 첫 성공… 현재 뇌·안구 빼면 모두 가능
장기이식은 현대의학의 꽃이다. 특정 장기의 기능을 상실해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살려내려면 타인의 정상장기를 이식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장기이식은 유능한 외과의사 한 사람의 힘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 관련 임상과와 마취과 수술실등 병원 전체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종합의학의 결정판이다.
선진국은 50년대 신장(콩팥)이식을 시작으로 60년대 간 췌장 심장을, 80년대 폐를 이식했다. 우리나라에선 성모병원 이용각 교수팀이 69년 국내 최초의 신장이식수술에 성공했고, 88년 간이식(서울대병원 김수태), 92년 췌장(서울중앙병원 한덕종)·심장이식(서울중앙병원 송명근), 97년 폐이식(영동세브란스병원 이두연)이 이뤄졌다. 각막이식은 40년대부터 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기록이 없다. 현재 뇌와 안구를 제외한 모든 장기이식이 가능하다.
췌장이식은 그동안 3개 병원에서 24건이 이뤄졌다. 1년 생존율은 65%로 선진국(70∼80%)에 근접하는 수준. 간이식의 경우 뇌사자는 물론 살아 있는 성인의 간을 부분 절제, 간기능을 상실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부분간이식도 활발하다. 94년 서울중앙병원 이승규 교수팀이 처음 성공한 이래 8개 병원에서 80건이 이뤄졌다. 1년 생존율은 뇌사자 간이식(62%)보다 높은 80% 수준.
최근엔 서울대병원이 한 개의 간을 두 사람에게 이식하는 분할 간이식에 성공했다. 심장이식은 선진국수준에 가장 근접한 분야. 10개 병원에서 115건이 시술돼 83%가 생존해 있다. 폐이식은 2건이 시행됐으나 모두 사망했다.
장기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은 거부반응. 급·만성 거부반응은 장기이식 후 생존율을 떨어뜨리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간독성이 거의 없는 면역억제제가 곧 개발될 전망이어서 생존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증장기의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 현재 원숭이 돼지등 동물의 장기를 유전공학적으로 형질 변환해 사람에게 이식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동물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한 경우 생존기록이 10여일에 불과하다. 이식 후의 거부반응과 돼지에 기생하는 균이 인체로 들어올 위험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 2050년 이후에나 실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밖에 인공췌장 인공심장 인공심박동기 인공신장 인공간 인공뼈 인공귀 인공혈관 인공식도등 인체 조직과 유사한 대용물도 개발되고 있다.
국내서도 서울대 연세대 한국과학기술원 한국화학연구소 재활공학연구소등에서 인공심장 인공피부 인공혈관 인공뼈등을 연구하고 있다. 일부 벤처기업은 인공장기의 상용화를 준비중이다. 그러나 반도체 통신 자동차산업등에 비하면 아직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산 인공심장을 개발한 서울대의대 의공학과 민병구 교수는 『인공심장이 상용화할 2000년대 초반 인공심장의 예상가격은 10만달러로 최고급 승용차인 벤츠 2대 가격과 맞먹는다』며 『우리가 벤츠같은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과, 인공심장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검토할만한 과제』라고 말했다.<고재학 기자>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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