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불황·금융위기 등으로 안팎 시련/‘무용론’속 수출확대로 위기탈출 안간힘/올 수출비중 50%… “여신규제 제외” 호소우리나라 수출의 절반이상을 담당하는 「수출전선의 항공모함」 종합상사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시장 침체로 유례없는 수출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데다 부채비율 감축, 동일인 여신한도 규제 등 내우외환이 겹쳐 존립기반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종합상사들은 사업다각화와 중소기업 협력강화를 통한 수출비상체제로 위기 타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물산, (주)대우, 현대종합상사, LG상사, SK상사, (주)쌍용, 효성물산 등 국내 7대종합상사는 우리나라 수출사의 산증인이다. 광대한 해외조직망을 이용, 신시장개척과 중소기업 수출지원으로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해 왔다. 총수출에서 종합상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37.8%에서 올해 50.4%로 높아졌다.
그러나 일본 종합상사에 비하면 매출액과 해외주재원수 등이 4분의1에도 못미치고 자금조달능력과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도 크게 뒤떨어진다. 더구나 「종합상사=재벌그룹의 자금조달 창구」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계열사 제품 수출비중이 평균 70%에 달해 종합상사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내년도 수출계획 수립에 들어간 종합상사들의 수출전망은 비관 일색이다. 종합상사의 기획담당자들은 『수출목표를 10∼20%정도 늘려 잡는 게 보통이지만 세계시장이 호전될 기미가 없어 어느선에서 목표를 잡아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올해 30%이상 수출신장세를 보인 (주)대우는 내년 200억달러 수출목표가 쉽지 않을 전망이며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도 올해 수준이면 성공이라는 반응이다.
동일계열 여신한도와 부채비율축소,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발행규제 등으로 종합상사의 금융여건은 더욱 악화할 조짐이다. 최근 정부가 무역어음할인한도를 500억원 늘리고 수출입은행을 통한 지원책도 내놓았지만 종합상사들은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주)대우 관계자는 『할인한도가 500억원 늘어나도 프로젝트 1∼2건이면 한도가 차며 그나마 동일계열여신한도나 수출보증한도에 걸려 실질적인 지원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수출대책회의나 간담회를 한달에도 수차례씩 열었지만 연초나 지금이나 정부의 지원책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부채비율 200%선 감축과 관련, 『종합상사의 부채는 외상매출로 인한 3∼6개월짜리 단기채무가 대부분인 만큼 일반기업과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된다』며 규제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예외를 인정할 경우 자금이 계열사로 흘러가 구조조정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종합상사들은 『자금흐름을 감시·통제하면 되지 않는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다간 수출기반 붕괴로 구조조정마저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합상사 내부에서는 자성론도 대두하고 있다. 계열사 제품의 단순수출대행에서 탈피, 파이낸싱 능력을 이용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수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종합상사 이원호(李元鎬) 경영기획과장은 『일본 종합상사는 프로젝트성 수출비중이 50%에 달한다』며 『계열사 의존관행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사업다각화로 상사무용론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종합상사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수출확대 70일작전」「중소기업 수출협력체제」 등으로 수출확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출총력체제외에는 활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종합상사들은 부채비율 축소 등으로 자금압박이 심화하면 수출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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