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책질의를 끝내고 27일부터 시작될 부별 심의를 앞두고 있는 국회 예산심의가 여야간의 당리당략적 정치공방과 선심성 예산배정, 일부 장관의 무소신·무원칙한 「회피성」답변으로 총체적 부실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무엇보다 여야는 전체 예산의 밀도있는 심의는 제쳐두고 제2건국운동 지원 예산 및 안기부 예산 등 「정치성」현안을 놓고 연일 입씨름을 벌이고 있어 결국 예산안이 졸속으로 심의·처리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밤늦도록 계속된 종합 정책질의 과정에서 이원복(李源馥)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정길(金正吉) 행정자치부장관을 상대로 제2건국운동 지원문제만을 놓고 2시간 가까이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결국 나머지 10여명의 장관들은 거의 서면답변으로 대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또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안기부 재직시절 얻은 직무상 기밀을 바탕으로 안기부 예산에 대한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당의원들은 예산안에 대한 진지한 접근보다는 무조건 정부측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일관, 한나라당측의 정치공세를 차단하기에 급급했다. 특히 국민회의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 남발」 「야당의원 질의에 끼어들기」등을 통해 야당측 공세를 차단하려는 구태의연한 모습이었다.
그런가하면 선심성 예산배정에 대해서는 여야의 이해가 일치,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총 85조7,900억원인 정부제출 예산의 2.97%에 달하는 2조5,540억원이 증액돼 예결위 심의에 회부됐다.
답변에 나선 장관들도 총체적 부실에 한몫하고 있다. 천용택(千容宅) 국방장관은 과거 정권에서 비롯된 의혹사건인 백두·금강사업 등에 대해 의원들의 추궁에 명쾌한 답변을 못함으로써 조직 및 업무장악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김정길 행자부장관은 제2건국운동이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일관한 채 설명의 맥을 찾지 못하고 시종 궁색한 답변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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