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줄이어/도이체방크도 90억弗에 뱅커스트러스트 곧 인수/高賃·비싼세금 우려/기업세계화 명분 독일 탈출 바람/WP “美 점령 아닌 투항”독일의 유수 기업과 은행들이 앞다투어 미국 땅에 상륙하고 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 방크가 곧 90억 달러를 들여 미 투자은행인 뱅커스 트러스트를 사들일 예정이고 올해초에는 다임러 벤츠 자동차회사가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인 크라이슬러와 합병했다.
또 독일의 미디어 그룹인 베르텔스만은 출판업으로 전략산업을 바꾸어 14억 달러에 랜덤 하우스를 사들였는가 하면 독일의 2대 은행인 드레스드너 방크도 뉴욕 증시에 진출, 합병 파트너를 물색중이다.
가전제품 메이커인 지멘스사는 생산량의 반이상을 해외에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제약회사인 훽스트, 바이에르 등도 미국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독일의 기업과 은행들이 미국을 「점령」하는 게 아니라 「투항」하는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세계 3번째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이지만 「사업환경」이 날로 열악해지고 있어 기업과 은행들이 독일 탈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임금수준과 비싼 세금으로 이익률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데다 새로 집권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중도좌파 정권에 대한 우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기업의 활동을 최대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슈뢰더 총리가 내놓은 세제개혁안은 기업에 대한 부담을 한층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기업들은 「독일 탈출」을 인정하기 보다는 「기업의 세계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외국 기업과의 합작 등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꾀하려다 보니 사업환경이 좋은 미국으로 발길이 돌려지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다임러 벤츠사는 2000년 이내에 본사를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서 뉴욕으로 아예 옮기겠다고 발표했고 베르텔스만도 조만간 「사내 공용어」를 독일어에서 영어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도이체 방크의 경제분석가인 노베르트 발터는 『이제까지 독일의 기업들은 독일, 기껏해야 유럽의 테두리안에서 만족했다』며 『21세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기업의 세계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의 경제학자인 아르눌프 바링은 『시장의 세계화와 정보기술의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독일은 변화하는데 한발 늦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독일은 막강한 제조력을 가진 「산업혁명의 박물관」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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