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화가 천경자(千鏡子·74·여) 화백이 일반시민과 후학들이 자신의 작품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장하고 있던 채색화 57점과 데생 36점 등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천화백은 모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도 서울시에 넘겼다.서울시는 중구 서소문동 옛 대법원 건물을 고쳐 2000년말 문을 여는 서울시립미술관에 90여평 규모의 특별전시실을 마련, 천화백의 작품과 화구 등을 상설 전시하기로 했다.
기증한 작품에는 천화백이 가장 아끼던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77년작), 「여인의 시 Ⅰ,Ⅱ」등 자화상과 대표작 「생태」(51년작), 「스카프를 쓴 엔자」(98년작)등 최근작, 72년 베트남전쟁에 종군해 남긴 데생화 등이 포함돼있다. 천화백은 20일 작품을 넘기면서 자화상들을 가슴에 끌어안고 『이 작품들만은 끝까지 간직하려 했는데…』라면서 눈물을 떨궜다고 시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천화백의 작품이 호당 700만∼8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작품값만도 수십억원에 달한다』면서 『그러나 저작권까지 치면 이번 기증품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규모』라고 말했다.
시는 미국 뉴욕의 큰딸 집에 머물고 있는 천화백이 귀국하는 내년 5월께 기증품으로 특별전시회를 열고, 천화백의 모든 작품을 담은 도록도 발간할 계획이다. 천화백은 특별전시회때 지구 구석구석을 누비며 남긴 스케치화 200여점도 서울시에 마저 기증키로 약속했다.
동경여전 시절인 194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조부상」으로 입선, 미술계에 발을 디딘 천화백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독특한 화풍으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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