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공근로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사업을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이 추진하고 있는 이 방안은 공공근로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을 SOC투자로 전환하여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어 부처간 예산문제를 놓고 마찰이 일고 있다.투입예산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과 거시적 경제구조도 중요하지만, 경제난 속의 실업자 대책과도 충분한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SOC 투자는 효과가 분명하지만 늦게 나타나는 단점이 있는 반면, 공공근로사업으로 인한 실업자 대책은 즉효가 있는 대신 사업효과는 저조한 약점이 있다. 이런 선택적 상황에서 정부가 SOC투자에만 치중하여 실업자의 당장 생계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생산성과 민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생산성을 이유로 공공근로사업을 섣불리 폐지해선 안될 것이다.
IMF 체제에 들어선 후 실시된 공공근로사업은 당초 저소득 실업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무상보조로 구상되었다. 그러나 무상보조가 초래할 수도 있는 근로의욕의 저하와 공짜심리 등을 우려하여 그들이 최소한의 일을 하는 조건으로 노임을 지불해 왔다. 예산위는 공공근로사업의 낮은 생산성을 『불도저 한 대로 할 수 있는 일을 10명의 인부가 삽으로 하는 방식』에 비유하고 있다. 단순한 비유로는 타당할 수 있으나, 현재 공공근로사업으로 소득지원을 받는 저소득 실업자가 36만명에 이르고 있다. 지금 실업자 수는 160만명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공공근로사업이 실시되지 않았다면 실업자가 이미 200만명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실업자 수는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이 포함될 연말부터는 19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의 공공근로사업이 장기적 계획에 따르지 않고 공원청소나 황소개구리잡기 같이 생산성 낮은 분야에 치중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부는 새로운 사업으로 정보화지원사업, 전국교통 데이터베이스 구축, 4대강 수질오염감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근로사업을 서둘러 폐지하기 보다는 실업자 추세에 맞춰 조정하고, 부처간 협조에 따라 보다 계획적으로 개선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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