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간첩선 침투사건은 지난번 동해안의 잠수정사건에 이어 우리의 해안선 경계태세가 얼마나 엉성한 가를 다시한번 노출시켰다. 국민들은 갈수록 신빙성이 더해가는 북한의 핵의혹 속에 남한에선 북으로 관광선이 가고 북한에선 남으로 간첩선을 내려보내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이번 간첩선사건은 금강산관광으로 싹트기 시작한 북한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깨진 실망도 크지만, 군의 해안선 방어태세가 이정도인가라는 충격이 더욱 크다. 달이 뜨지 않아 간첩선이 해안에 접근할 때 발견하지 못했다는 군당국의 발표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발견 후 시속 7노트의 느린 속도로 달아나는 간첩선을 격침시키거나 나포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간첩선을 발견한 후 2시간이 지나서야 합동참모본부에 보고됐다는 사실 자체가 구멍난 대간첩 작전태세를 그대로 말해준다. 고속으로 달아나며 저항하는 간첩선을 나포하거나 격침시키려면 신속한 육·해·공군 입체작전이 필수적이다. 합참이 보고를 받고 입체작전을 시작했을 때는 북한 간첩선이 거의 북방한계선에 다다라 유유히 달아나고 있었다.
더욱이 이번에 간첩선이 침투한 지역은 90년 북한의 거물간첩 이선실등이 월북한 루트부근이다. 근본적으로 취약지역인데, 이러한 곳의 방어태세가 이 정도라니 믿을 수가 없다. 더이상 장비타령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수심이 얕아 해군함정등이 쫓아가지 못했다는 것도 구차한 변명이다. 이러한 사태를 예상, 얕은 수심에 적합한 장비를 마련하는등 대비를 했어야 한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 있는대로 발표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잠수정등 간첩선사건이 터질 때마다 지적하는 일이지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전해안선이 취약지역이다. 아무리 「햇볕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적화통일을 꿈꾸는 북한이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안보태세에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이번 간첩선사건이 대통령에게 제때에 보고되지도 않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금강산관광으로 들떠 우리의 안보태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나 걱정된다. 햇볕정책의 일관된 추진도 좋지만 국가의 안보는 이에 우선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의 도전에는 단호히 대처하고 햇볕정책도 북한의 태도에 따라 융통성을 지녀야 한다. 햇볕정책도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계속되는 북한 간첩선 사건들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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