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의식변화 없이는 정치개혁 이룰수 없어/중립기관서 시민교육을최근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정치인들이 정치관련제도와 법규를 권력획득및 연장의 수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개혁은 첫째, 제도와 법규를 특정정파의 유불리를 떠나 게임의 공정한 룰로 인식하는데서 출발해야 하며 둘째, 정당 선거 등과 같은 개별제도를 전체적 정치체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셋째, 제도와 의식간의 괴리를 극복하는 의식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이중 우리가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은 국민과 정치인 모두를 포함한 정치행위자의 의식개혁이다. 정치제도는 선진 민주주의의 것을 모방하거나 변형하여 쉽게 옮겨놓을 수 있지만, 국민의 정치의식과 행태는 외부로부터 그대로 이식될 수가 없다. 그것은 우리의 생활영역에서 오래도록 틀지워진 일종의 정치문화이기 때문이다.
의식개혁의 현실적 필요성은 공직선거에 참여했거나 평소 지구당 활동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문제이다. 이들은 유권자들의 비합리적 투표행태를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정당조직의 왜곡된 운용과 고비용구조 또한 유권자들의 의식구조에서 상당부분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유권자의 정치의식은 곧 정치인의 의식과 행위를 한정하고, 결과적으로 한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결정한다. 민주주의의 출발점인 국민의 정치행태 및 의식문제를 정치개혁 관점에서 다룰 경우, 의식개혁을 위한 정치교육은 국가가 아닌 시민사회가 자율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국가는 공동체 차원의 포괄적 기획아래 시민사회의 정치교육 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각 시민단체는 자기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정치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시민단체 외에 노동조합이나 종교단체 정당 공공단체들도 물론 정치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단지 여기에 필요한 재정이나 교재 시설 등은 국가가 부담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느 국가기구가 정치교육의 기획과 지원을 맡을 것인가. 정치교육의 담당기구는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한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관치교육이나 편파적 선전으로 전락하고 만다. 외국의 경우에도 이 점을 가장 중요시 한다. 독일은 연방정치교육원, 영국은 정치교육협의회, 미국은 국가차원의 민주주의 지원기구인 NED와 NEH 등을 통해 국민의 자율적 정치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나치체제와 이념적 분단을 경험한 독일은 52년 연방정치교육원을 설립하여 2차대전이후 새로운 민주주의 건설, 통일 후에는 동독인의 체제적응과 주민의 사회심리적 통합에 크게 기여해 오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중앙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에 가장 적합한 기구이다.이 기구는 입법 행정 사법부로부터 3인씩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적 위상도 제4의 헌법기관이다. 중앙선관위의 고유업무도 선거, 정당관리외에 국민의 주권의식 함양을 목적으로 한 상시계도를 포함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를 정치교육의 주무기관으로 활용할 경우 지금 여러 단체와 정당에서 제안한 민간 운동지원법안이나 민주시민교육지원법안 등을 모두 흡수하여 일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여러 행정부처가 각 민간단체들에게 직접 지원함으로써 발생하는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없앨 수 있다.
정치교육의 실시는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 현재의 국민의식을 개선하는 데도 필요하지만 통일후 북한주민의 체제통합과 남북한 주민의 내적 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교육을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실시해 나가야 한다.<성균관대 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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