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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체제 1년 ‘낙관’ 이르다(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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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체제 1년 ‘낙관’ 이르다(社說)

입력
1998.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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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간지 1년이 지났다. 「6·25이후 최대국난」이라는 위기상황 속에서 우리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숱한 고난을 겪었다.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이 200만명에 이르고, 근로자의 60%가 감봉을 당했다. 국민소득 1만달러라는 자신감은 어느덧 사라지고, 불안과 공포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렇게 1년이 흐른 오늘, 큰 위기는 일단 넘겼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일부 거시경제지표가 그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가용외환보유고는 지난해말 89억달러에서 15일 현재 457억달러로 증가한 반면 외채규모는 지난해 11월말 1,618억달러에서 8월말 1,508억달러로, 단기외채비중은 55%에서 25.1%로 떨어졌다.그런 수치들을 근거로 일부에서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 1·4분기와 2·4분기 사이에 경기저점을 맞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주장하는 「터널론」이 바로 그것이다. 아직 긴 터널 안에 있지만 터널 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주변을 둘러보면 낙관론을 펴기에는 아직 이를 뿐 아니라 앞으로도 큰 고비가 많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몇몇 거시지표 개선에 안심하다보면 제2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금융·기업·노동·공공 부문등 4대 개혁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1년전 IMF구제금융 신청을 바로 눈앞에 두고도 경제펀더멘털(기초여건)론을 들먹이며 우리는 결코 멕시코나 동남아 국가들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는데, 바로 통계의 자기마취적인 마술에 걸린 결과였다.

어려울 때 일수록 희망이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희망과 환상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장밋빛 희망은 뼈를 깎는 자기개혁의지를 약화시키고, 지금까지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기 쉽다.

현재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규모가 작은데다 IMF체제로 더욱 개방된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돼 있다. 현재 조금 나아졌다는 것도 외부 여건의 덕이 크다. 지난해 말 외환위기도 세계경제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였듯이 우리가 얼마나 빨리 IMF체제에서 졸업하느냐는 문제는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의 동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 밖으로는 세계경제 움직임을 예의주시해 정책의 오류나 실기(失機)를 막아야 한다. 전자가 우리 경제 회복의 충분조건이라면, 후자는 필요조건이다. 위기극복 판단의 기준은 실질적인 경제체질 강화이지 통계수치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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