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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에게 된장재즈 들려줄 최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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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에게 된장재즈 들려줄 최광철

입력
1998.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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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극단 연주자의 아들로 자라 아내마저 떠나갈 정도로 모든걸 바친 색소폰으로 21일 청와대 만찬장을 달군다색소폰주자 최광철(崔光喆·37)이 날개를 편다. 분명 적은 관객이다. 그러나 여태껏 가져 온 무대중 가장 큰 무대다.

20∼23일 방한하는 미국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소프라노 색소폰을 연주한다. 21일 오후 7시 청와대 영빈관,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주재하는 만찬연회장. 서울 팝스 오케스트라(지휘 하성호)의 반주로 케니 G의 「Dyin’ Young」을 들려준다. 클린턴은 거장 라이오넬 햄프턴과 색소폰을 협연할 정도로 공인된 골수 재즈팬이자 아마 재즈맨. 이번 자리는 클린턴과 케니G와의 친분을 고려, 팝스 오케스트라가 국내의 대표적 소프라노 색소폰 주자인 최씨를 지목해 이뤄졌다.

최씨는 그러나 이번에 재즈맨으로서 고집을 부리기로 했다. 5분여의 연주시간 중 완전히 솔로로 가는 후반부가 그것. 음이 끊이지 않는 순환호흡주법을 구사, 「진도아리랑」을 중심으로 국악적 선율로 즉흥을 펼칠 작정이다. 클린턴이 소문대로 정말 재즈를 안다면 자신의 선택을 십분 헤아릴 것이라는 생각이다. 『케니 G로만 끝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나는 우리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신산 많았던 아버지와 자신의 삶에 대해 표하는 미안함이고 해원의 념이다. 아버지 최병운씨는 최무룡 김희갑등이 활동했던 당대 일류 유랑악극단 「낙랑쇼」의 색소폰주자였다. 원래 배우출신으로 부화한 화류계생활을 누구보다 잘 알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17세때 색소폰 학원에 들어갔다. 마침내 악보보는 법을 가르쳐주시던 아버지는 여섯달 뒤 세상을 떴다. 『내 손으로 돈 벌고 싶었어요』. 이후 자기 악단을 결성, 유랑생활로 역마살을 달랬다.

80년 5월 연주차 내려간 광주에서 한 달동안 발이 묶였다. 일련의 비극을 똑똑히 목도한 그는 아예 입대해 푹 썩어 지냈다. 그 무렵 만난 것이 재즈.

87년 클럽 「야누스」에서 알게 된 한국재즈의 대부 이판근씨에게 밤무대 출연료로 레슨비를 감당하며 1년을 정식 수업했다. 아침 10시면 행상의 김밥으로 허기를 속이고 한강둔치로 가 저녁 7시까지 연습, 또 자정까지는 클럽 연주. 그렇게 외곬로 재즈만 파니 친구는 물론 아내까지 그를 떴다.

94년 MBC TV 황인용 토크쇼에서 백밴드 「최광철과 음악세상」의 리더로 세상에 나오는가 싶었던 그는 삭발하고 짐을 챙겨 반년을 오대산에서 지냈다. 「소금강」등 창작곡 7곡이 포함된 첫 음반 「최광철과 재즈 색스」가 그렇게 나왔다(동아기획). 『북녘이 고향으로 평생 통일을 꿈꾸다 가신 아버지, 이산가족한테 바치는 심정으로 국악의 5음계로만 작곡했죠』.

클럽 「야누스」「내쉬빌」「블루문」 출연, 가요·영화음악 세션, 후학 지도가 그의 정규 일상. 지금은 12월2일 MBC 창사특집 생방송에서 박인수·안치환이 듀엣으로 부를 곡 「이제는 만나야 한다」의 마무리에도 여념없다. 10여곡 써 둔 창작재즈를 근간으로 한 2집도 준비중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니,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았겠죠. 내가 진정 불운하고 슬픈가, 더 두고 봐야죠』 지난 해 4월에는 고졸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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