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실직자의 초(超)기업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정부 내에서도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초기업 노조란 단위사업장을 초월해 지역·업종별로 결성된 단일노조로서, 국내에는 과학기술노조, 성남지역제화공노조 등 100여개 노조가 활동 중이다. 노동부는 이번 주내에 개정안에 대한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할 경우 위헌소지가 있고, 실업자들이 정치세력화해 혼란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IMF 경제난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실업자 문제는 가장 고통스럽고 민감한 부분이다. 실업자의 노조 가입은 경제난 속에 다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하지만, 노동부의 법개정 추진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노동부는 개정안에서 실업자만으로 구성되는 노동단체는 원천적으로 봉쇄할 방침이고, 실업자가 노조에 가입한 외국의 예에서도 그들이 노조의 주세력으로 활동한 예는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동부의 법개정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실업자에게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보편화한 노동기준이자 관행이라는 점이다. 현재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고 있고, 국제노동기구(ILO)도 그동안 7차례나 시정권고를 해오고 있다. 우리 법무부는 사용자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에서 위헌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ILO와 OECD 등은 각국에서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 문제가 1·2차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된 사항이라는 점이다. 노동부는 정부 스스로 공안 차원에서 법개정을 유보하면 정부의 신뢰성에 흠결이 가기 때문에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부는 노동계가 노사정위에서 탈퇴하거나 대정부 투쟁에 나설 빌미를 제공하여 오히려 산업평화가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여부는 국제관례와 사회적 혼란 가능성 사이에서 결정이 쉽지 않은 문제임에 틀림없다. 실업자는 경제난의 구조적 희생자라는 기본시각을 갖고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거치며 폭 넓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