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잘 돼야 합니다. 한국이 잘 돼야 여기서도 힘이 납니다』14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대우FSO 자동차공장. 세계경영을 내세우는 대우가 항상 자랑하는 이 공장을 둘러본 뒤 버스에 탔을 때였다. 전송나온 한 임원이 『이곳 폴란드 사람들도 한국의 IMF 상황에 관심이 많다. 한국이 잘 돼야 우리도 낯이 선다』고 말했다. 대우가 폴란드 국영 FSO를 인수한 것은 불과 3년전. 그 이전에는 이곳에 대우자동차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9월 현재 대우자동차는 폴란드내 자동차 시장점유율 2위(27.5%)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측은 연말이면 1위인 피아트(29.1%)를 제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자동차가 많이 팔린다는 사실만으로, 그것도 한두시간에 걸친 짧은 브리핑과 시찰만으로 대우의 세계경영이 성공한 시스템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바르샤바 거리에서 흔하게 달리는 「티코」 「누비라」 「레간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뿌듯한 일이었다. 또 이런 성과를 일구어 내기까지 모든 것이 낯선 땅에서 현지 임직원들이 흘렸을 땀과 눈물은 보지않아도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뒤이어 방문한 체코의 「대우AVIA」 상용차회사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대우뱅크」에서도 임직원들은 같은 말을 했다.
『회사상태는 좋습니다. 하지만 IMF이후 금융이 어려워요. 한국상황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AVIA), 『믿었던 은행들마저 빨리 돈 갚으라 하더군요. 도와줄 사람도, 하소연 할데도 없습니다. 가슴이 미어지는 일을 한 두번 당한 게 아니에요. 어떻게든 잘 돼야 해요. 한국이 잘 되지 않고는 외국에 나온 한국기업, 은행들은 설 땅이 없습니다』(대우뱅크)
힘들게 쌓아온 우리들의 지난날이 IMF체제로 크고 작은 위기를 맞고 있음을 이번 여행에서 다시 확인했다. 『하루빨리 한국이 잘 되어야 한다』는 해외현지법인 임원들의 말도 가슴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IMF 1년은 좁은 우리 한국 땅에서만 겪었던 「긴 고통의 기간」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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