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박준규(朴浚圭)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맞고함을 지르며 한바탕 대거리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야 총무단의 일방적 의사일정 조정에 심사가 상해 3일동안 출근거부 「투쟁」을 했던 박의장은 이날 의사봉을 잡자마자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의 14일 대정부 질문내용을 문제삼았다. 정의원이 『의장이 수차례 안기부장의 방문을 받은 후, 여당편을 들어 나를 정보위에서 배제시켰다』고 맹비난하면서 YS정부 시절 박의장의 불명예 퇴출 「전력」까지 거론한데 대해 단단히 열을 받았던 것.박의장은 턱까지 덜덜 떨며 『동료의원이 의장의 권위를 거스르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며 『정보위원 선정에 관한 나의 결정에 대해 인격을 모독하고 협박으로 일관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의장은 또 『안기부장의 방문을 받은 적이 없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장이 안기부장의 하수인이란 말이냐』며 정의원의 해명을 요구했다.
박의장의 「고성훈계」가 길어지자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서훈(徐勳) 의원 등이 『흥분하지 말고 의사진행이나 하라』 『공인답게 행동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박의장은 격정을 가누지 못한 채 『그때 그 부자(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지칭)의 모략을 언급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5년동안 참아왔다』고 더욱 목청을 높였다. 이후 한나라당 의원들과 박의장간에 『YS가 무슨 상관이냐』 『개인감정으로 그러지 말라』『내가 왜 그런 말을 못하느냐』 『고함지르는 것도 내 마음이다』등의 설전이 10여분간 이어졌다.
결국 박의장은 오후 회의 속개에 앞서 다소 겸연쩍은 표정으로 『마이크 성능이 그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감정이 앞섰지만 뒤는 없다』고 사과의 뜻을 표명하는 뒷수습을 해야 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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