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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해진 국민생활(격변 IMF 1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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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해진 국민생활(격변 IMF 1년:3)

입력
1998.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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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1개 업체꼴 도산/실직자도 508명씩 늘어/국민 4명중1명꼴 실업고통 시름/가구소득 25% 격감 중산층 몰락/부익부 빈익빈 심화 사회문제로1년간 너나없이 쓰러지고 떠났다. 올들어 직장에서 하루 8시간씩 근무하고 있는 동안 매 시간마다 11개의 회사가 쓰러졌고 508명의 실직자가 생겨나 일자리를 떠났다. 바로 이것이 한국경제를 휩쓸고 지나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는 초특급 태풍의 위력이다. 그 앞에 사람이고 기계고 온전하게 남은 게 별로 없을 지경이다.

개인들은 살아남았다 해도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고용의 끈에 매달려 사투(死鬪)에 가까운 삶을 꾸려가고 있다. 저녁무렵 지하철역을 찾는 노숙자 수이상으로 「가정」은 파괴돼가고 있다.

■도산 감원 그리고 실직의 행렬

올들어 9월말까지 총 2만27개의 업체가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하루평균 89개, 근무시간 기준으로 한시간에 11개씩 직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결국 늘어나는 것은 실직자 뿐. 9월말 실업자수는 157만2,000명. IMF이전보다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시간마다 508명이 직장을 잃은 것이다. 불완전고용자를 포함하면 200만명이 넘는다. 4인 가족으로 1,000만명, 전 국민의 4분의1이 실업의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중산층의 몰락

실업자가 아니더라도 생계는 1년새 작아질대로 작아졌다. IMF이후 도시직장인 5명중 4명은 실질소득이 감소했고 이들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85만8,000원으로 IMF이전(249만9,000원)보다 25.7%나 격감했다.(자유기업센터조사)

그러나 도시직장인의 3분의1은 연간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에 해당하는 빚을 지고 있다(한국은행조사). 한때 연 20%를 넘었던, 지금도 연 15%선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살인적 고금리는 서민가계에 엄청난 이자의 짐까지 얹어줬다. 집을 팔고, 전세를 줄여서라도 빚을 갚아야겠지만 폭락한 집값은 최소한의 「자구노력」마저 허락치 않고 있다. 소득감소→자산처분러시→자산가격하락→실질부채증가→연쇄도산으로 이어지는 「자산디플레」의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질곡이 확대재생산되는 것에 맞춰 무너지는 것은 바로 중산층이다. 집 한채와 자가용 한대, 비교적 안정된 직장, 가끔씩 가족들과의 외식, 적지만 저축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차츰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유한 소수와 가난한 다수의 사회

허리가 약한 인체처럼 중산층이 엷은 사회는 결코 튼튼할 수 없다. 중산층 붕괴의 이면엔 모두가 함께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빈곤화속에 극소수는 오히려 부유해지는 「왜곡된 소득재분배」「조세정의의 마비」란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고금리에 종합과세유보까지 겹치면서 금융자산가들은 새롭게 「IMF귀족(금융자산가)」으로 등장, IMF체제에서의 혜택자가 되고 있다. 대부분이 크고작은 박탈을 경험하는 동안 유독 IMF귀족들만 소득증가를 누리고 있다. 절대빈곤보다 무서운 것이 상대적 빈곤이다. 나의 빵이 남의 손으로 가고, 그래서 내가 굶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 사회안정은 깨지고 만다.

반(反)IMF 경제학자 미셸 초스도프스키의 「IMF체제=빈곤의 세계화과정」이란 묘사까지는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중산층몰락 대량실업 조세정의 후퇴등 「IMF개혁의 기형아」들은 반드시 치유해야 과제로 남는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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