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가 일본 총리였던 80년대 일본은 방대한 대미 무역 흑자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흑자 삭감과 시장개방 압력을 받았다. 이를 견디다 못한 나카소네 당시 일본 총리는 국민 1인당 100달러 어치의 외제 물품을 구입하면 무역흑자를 120억달러나 줄일 수 있다며 스스로 백화점에 나가 넥타이등 100달러 어치의 외제물품을 샀다. 그가 구입한 물품은 압력을 넣고 있는 미국의 제품은 하나도 없고 전부 프랑스 등 유럽제품이었지만.■이처럼 총리까지 나서 국민 1인당 100달러 사용 캠페인을 벌였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로써 일본의 무역흑자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일본 국민의 소비행태와 저축열을 생각하면 그것은 쇼에 불과했다. 미국 등은 감세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키라고 일본에 압력을 넣고 있지만 감세한다고 내수가 진작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세금을 덜 내는 만큼 돈이 생기면 백화점 대신 은행으로 달려가는 것이 일본국민이니까.
■일본 정부는 16일 기업자금난 완화와 소득 법인세의 감세 등을 골자로 한 총사업비 24조엔에 달하는 긴급 경제대책을 발표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15세이하의 어린이와 시읍민세 비과세대상인 65세 이상의 노인등 3,500만명에게 1인당 2만엔(22만원)의 상품권을 준다는 것이다. 그 예산은 자그마치 7,000억엔인데, 재미있는 것은 상품권은 지정된 지역에서 6개월내 사용해야 하고 현금으로 바꾸거나 상품구매시 잔돈을 거슬러 받을 수 없다.
■사용기간과 방법 및 지역까지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현금으로 바꿔 저축하는 것을 막아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다. 일본은 금년들어 4∼9월 6개월동안 무역흑자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3.9% 증가한 8조3,680억엔에 달했다. 수출신장률은 1.6%에 그쳤으나 수입이 무려 9.5%나 감소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도 비슷한데, 국민들에게 2만엔 상품권을 지급하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과연 내수진작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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