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과세 강화하고 종합소득세율 한도 높여 소득분배 악화 막아야IMF 구제금융체제가 들어선 이후 우리나라 조세정책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금융구조조정 비용조달을 위해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교통세가 대폭 인상되고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외환위기와 경기후퇴의 주요 원인으로 취급하여 이를 유보시키고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지난해 12월 이후 수 차례 인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자산매각을 촉진하고 침체된 부동산경기를 부양하기 위하여 비업무용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양도소득세를 인하하는 등 세부담 형평성을 저해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특히, 금융실명제의 유보에 따라 허용된 비실명채권의 발행과 금융소득종합과세유보조치는 세부담 형평성 면에서 한 걸음 후퇴한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발행실적이 미미하다고는 하나 그간 발행된 비실명채권은 소득세뿐만 아니라 상속·증여세의 부과를 불가능하게 하는등 조세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할 수 있으며 세부담의 형평성을 저해하는 조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유보는 금년 상반기에 지속된 고금리현상으로 인해 고액금융자산가들의 소득이 대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적용되는 한계세율이 인하됨에 따라 고소득자들의 세부담이 감소하는 문제를 야기했다. 반면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의 증가로 인해 저소득층과 퇴직금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세부담을 증대시키는 문제점도 낳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에서는 세부담 형평성 제고를 위한 각종 조치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변칙적 증여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속·증여세 과세의 제한적 포괄주의를 도입한 점, 상속·증여세 합산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 점, 대주주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와 각종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과세강화를 위한 조치들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음성탈루소득자에 대한 과세강화를 위해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국세통합전산망을 이용한 효율적인 세원관리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평과세의 실현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매년 전문가들에 의해 제시되어온 부가가치세의 특례과세제도의 정비가 금년도 세제개편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국회에 계류중인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종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문제의 반영여부가 불확실한 것은 세부담 형평성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는 것이다. 또한 소득추계방법을 개선하고 고액자산가 등에 대한 과학적인 세원관리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최근의 대량실업과 고금리로 인해 소득분배가 크게 악화했고 금융구조조정의 비용분담이 보다 공평해야 되는 만큼 조세부담의 누진도를 높이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최근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재도입에 대해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심각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같은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현행 종합소득세 최고한계세율을 한시적으로 다소간 상향 조정하여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증대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또한 세부담 형평성의 걸림돌이 되어 온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하고 재산보유과세를 강화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조세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금융구조 조정에 막대한 재원을 효과적으로 조달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구제금융기간을 거치면서 소득분배가 악화했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세수증대와 세부담 형평성간에 어느 정도의 균형감각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