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집경매때 1,200만원 우선변제 악용 ‘재산 빼돌리기’/친인척 동원 위장전입/제3자소개 브로커도 설쳐/은행들 인력부족에 ‘끙끙’/결국 돈떼이기 일쑤부실여신을 회수하느라 비상이 걸린 은행들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한 위장 임차인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행법상 은행이 근저당 설정된 채무자의 부동산을 경매에 넘길 경우 전세보증금이 3,000만원 이하인 소액임차인들은 1,200만원까지 우선변제받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악성채무자들이 이 조항을 이용, 친인척 등을 위장전입시켜 채무부담을 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처음부터 변제액을 나눠먹기로 하고 브로커를 통해 위장전입자를 소개받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은행들은 각 지점에 위임했던 위장임차인조사업무를 본점으로 이관,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S은행은 최근 경매절차에 들어간 한모(55·여)씨의 서울 강서구 주택에 한씨 아들의 약혼녀가 전세계약을 맺고 들어앉은 사실을 발견했다. 은행측은 『뻔히 의도를 알면서도 별 대응책이 없다』고 혀를 찼다. K은행도 올해 4월 부도를 낸 김모(57)씨의 집을 경매에 넘기려다 방 두칸에 김씨 회사직원의 친척들이 각 1명씩 세입자로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채무자들의 재산빼돌리기 수법이 노골화하면서 은행의 추적도 강화하고 있다. S은행 이모(32) 대리는 위장임차인 김모씨의 실거주지를 찾기 위해 일주일간 철야잠복 끝에 주민등록지가 아닌 다른 곳의 아파트에 매일 주차해 있는 김씨 승용차사진을 찍어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J은행 경매담당자는 『매달 50여건씩이나 되는 소액경매사건을 모두 조사하려면 엄청난 인원과 기술이 필요하다』며 『위장임차인이 분명해도 증거가 없어 돈을 떼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강동세(姜東世) 경매담당판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치인들에 의해 급조되는 바람에 정교하지 못해 저소득 임차인보호라는 원래기능을 잃고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법 보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이주훈 기자>이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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