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호화배역 오늘부터 공연오페라팬들은 이번 주가 즐겁고 괴롭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라보엠」 「 리골레토」 「카르멘」 세 편이 번갈아 올라가고 국립오페라단은 16일부터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오텔로」를 공연하기 때문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신인들의 열연을 보자면 오페라극장으로, 실력으로 무대를 평정한 호화배역을 만나려면 국립극장으로 가야 한다.
오텔로는 베르디 말년의 걸작. 웅대한 합창과 아름답고 강렬한 음악으로 유명하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줄거리는 순수하고 고결한 장군(오텔로)이 시기심에 가득찬 부하(이아고)의 악마적 계략에 빠져 천사같은 아내(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살하는 내용. 선과 악, 사랑과 질투, 빛과 어둠이 서로 부닥치고 엇갈려서 빚어내는 비극이다.
주인공 오텔로에 테너 김남두 박치원 임산, 데스데모나에 소프라노 김향란 신지화, 이아고에는 바리톤 고성현 최종우 우주호가 캐스팅돼 번갈아 출연한다. 세 역 모두 대단한 기량이 아니면 도전하기 힘들다. 특히 오텔로에 맞는 드라마틱 테너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번 공연 지휘자 최승한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휘자 카라얀과 테너 르네 콜로가 바그너의 작품해석을 놓고 충돌하자 콜로가 말했다. 「바그너 지휘자는 전세계에 수천명이지만 바그너 테너는 30명도 안된다」. 결국 카라얀이 졌다. 오텔로 테너는 더 드물다』
테너 김남두(40), 소프라노 김향란(38)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만큼 극적인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김남두의 진가는 지난 해 김자경오페라단의 「아이다」, 정명훈 지휘 KBS교향악단의 「오텔로」 콘서트에서 「폭발」했다. 그 전까지는 무명이었다. 성악과가 없는 지방대 출신으로 거의 독학으로 죽어라 노래연습만 하다가 33세의 늦은 나이에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 고생고생 끝에 제 목소리를 찾았다. 지방시립합창단원, 당구장 주인, 동네음악학원 운영등 길을 몰라 한참 헤매다가 어렵게 떠난 유학에서 개선장군이 되어 금의환향했다. 그의 노래는 「황금빛 트럼펫」으로 불렸던 불멸의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를 연상시킨다.
김향란에게 이번 작품은 「부활선언」이다. 암을 이겨내고 4년만에 돌아온 오페라무대이기 때문이다. 유방암 말기진단, 8시간의 대수술, 길고 힘든 투병 끝에 건강을 되찾았다. 무대를 휩쓸던 젊은 스타가 죽음을 선고받았을 때 얼마나 절망했을까. 그는 『처음 데뷔할 때처럼 떨리고 기쁘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바리톤 우주호 최종우와 테너 임산은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활약해온 숨은 기대주. 신지화는 올해 「라 트라비아타」 「호프만 이야기」의 주역으로 갈채를 받았다. 고성현은 설명이 필요없는 국내 최고의 바리톤. 지난 해 오텔로에서 김남두와 짝을 이뤄 들려준 불꽃튀는 이중창은 잊을 수 없는 명연이었다.
오텔로는 최승한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김홍승 연출로 21일까지 공연된다. 평일 오후 7시, 토일 오후 4시. (02)2743507∼8<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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