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울 것이라고 예보되는 이번 겨울의 문턱에서 노숙자들이 걱정된다. IMF 경제난의 상징처럼 증가해온 노숙자는 1년 사이에 10배에 이르고 있으나, 지금까지 추진돼온 노숙자 대책은 기관과 단체별로 기본시각과 입장이 달라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엄동을 눈앞에 둔 지금은 노숙자 대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문제가 시급해지고 있다.서울시는 지난 9월부터 「희망의 집」을 운영하며 설득작업을 벌여 1,900여명을 입소시킨 후 귀가와 자활을 독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또 「희망의 집」 입소를 거부하는 노숙자들에 대한 월동대책으로 도심의 빈 공공건물에 대형 「노숙자 쉼터」를 마련하고 이곳에서 숙소와 무료급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대신 서울시는 시민단체나 종교단체들이 지금까지 해오던 무료급식을 중단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최근 노숙자들이 역 주변 등 도심의 공공장소로 모여드는 것을 막고 범죄집단화를 방지하기 위해 무료급식 장소를 시외곽으로 옮길 것을 제안하는 등 좀더 강경한 노숙자 대책을 세운 바 있다. 검찰은 또 노숙자 중 구직희망자에게는 취업을 알선하고 환자에게는 치료를 주선해 주기로 했으나 음주소란 등 범법행위를 할 경우 즉심에 넘겨 엄정한 검찰권을 행사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나 종교단체 등은 서울시나 검찰의 이러한 대책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제각기 사정이 있어 경제난의 고통을 가장 심하게 겪고 있는 노숙자들에게는 음식이라도 편하게 제공하는 구호활동이 우선돼야 하며 인권 차원에서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제 노숙자들 속에는 20∼30대 여성과 가족단위까지 합류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시의 노숙자 수를 2,4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검찰은 전국적으로 3,9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기 노숙생활로 건강은 물론 자활의지마저 잃어가는 가운데 도시부랑자로 전락해가고 있다. 경제가 회복돼 일자리가 확보되기까지 노숙자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으나 이제는 노숙자 대책에서 어느 정도의 원칙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숙자에게 경찰력을 남용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하지만, 도시질서를 유지하고 동사 등의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노숙자들은 서울시 등이 마련하는 「희망의 집」이나 「노숙자 쉼터」를 이용하고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재활과 재기의 길을 찾아야 한다. 시민단체·종교단체들도 과연 어떤 방법이 장기적으로 노숙자를 줄이는데 유효할 것인지 서울시 등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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