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증거로도 범죄 인정 남편에 ‘유죄 취지’ 판결「한국판 OJ심슨사건」으로 불린 치과의사 모녀 피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남편에게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용훈·李容勳 대법관)는 13일 살인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도행(李都行·36·외과의사) 피고인에 대해 정황증거를 인정,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죄사실의 증명은 반드시 직접증거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되는 한 간접증거만으로도 할 수 있다』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의학적 감정의 증명력을 종합해 볼 때 피해자들의 사망시간이 이피고인이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기 이전으로 추정되는데도 원심은 시체에 나타난 반점, 시강(시체의 굳은 정도), 위속의 내용물 등 개별적 감정결과마다 사망시간 추정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유죄의 증거를 배척한 것은 합리적 증거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이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다시 열어 유·무죄를 가리게 되는데 이피고인측이 무죄를 입증할 추가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 1심 재판부인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합의부는 『국과수 감정결과 등 여러가지 정황에 비춰볼 때 이씨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명백한 만큼 유죄를 인정한다』며 사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4부는 『살인을 저질렀다는 의심은 가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피고인은 95년 6월12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부인 최수희(崔秀姬·당시 31·치과의사)씨와 한살배기 딸 화영(和暎)양을 살해하고 이를 은폐키 위해 사체를 욕조에 유기한 뒤 불을 지른 혐의로 같은해 9월 구속기소됐었다.<이진동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