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야총재회담 계기 대결정치 그만하고 경제살리기 정책개발을대선후 10개월이 넘도록 계속된 여야 대결정치가 총재회담이라는 「어색한 만남」을 통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는 지리하게 끌어온 대결정국을 대화를 통해 정상화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국난의 한복판에서 벌어져온 끝없는 소모적 정쟁에 진저리를 쳐온 국민들에게 모처럼 희망을 주는 소식이 아닐수 없다.
이번 만남으로 여야간에 갈등을 겪어온 모든 정치적 현안들이 급속히 해결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화해의 모양새는 갖추었지만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정상화를 위해서 전제가 돼야하는 상호간의 신뢰관계가 아직은 멀었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치가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런만큼 먼저 정치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 사회의 발전적 변화나 개혁은 불가능하며, 그러한 사실을 지난 10개월간 우리는 뼈저리게 절감했다. 지금까지 여당은 『야당 지도부가 정치력을 갖추지 못해서 정국운영에 비협조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함으로써 정상적인 정치가 자리잡을 여지가 없었다.
또 정치권은 경제위기 아래서 국민의 고통은 도외시한 채 당리당략과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개혁의 기관차가 되기보다는 방해자 역할을 해왔고,이런 파행적 정치상황은 국난 극복을 위해 필요한 국민적 에너지와 일체감을 저해하는 커다란 걸림돌이 되어온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 정치가 이번 총재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시작」을 해야한다는 국민적 바람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이제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새로운 여야관계의 기본틀을 짜는 계기가 마련되고, 이것이 제도적 정치개혁으로 이어져 심각한 경제위기 극복의 실마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열망이자 당위이다.
우리 정치의 새로운 시작은 첫째, 여야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기초로 한 협력 정치의 정립으로 정상적인 정치를 찾아야 한다. 여야가 합심하여 노력하여도 현재의 난국을 극복하기가 어려운 이 때에 또 다시 대결정치가 재연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둘째, 정치가 정책개발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제 살리기」정치가 되어야 한다. 특히 수출증대와 고용창출을 이끌어 내는데 지혜를 모아 실업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셋째, 정치가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국민에게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국회의원의 봉급을 털어 실업자기금에 기부라도 하는 것같은 최소한의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넷째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으로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초월하여 ▲국회의원 정원축소 ▲선거구 선거자금 등 선거관련제도 개선 ▲부정부패 방지 장치 마련등의 개혁입법을 제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또한 ▲국정감사권 및 조사권 보완 ▲위원회 심사기능 강화 ▲국회의 연중 상설화 ▲국회표결 실명제등 우리 국회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 정책중심의 국회운영이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모든 개혁이 그렇듯이 정치개혁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지속되며 그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정치개혁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핵심은 「돈이 아닌 정책」중심의 새로운 정치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가가 그의 정치활동을 정책개발에 집중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치적 운명을 심판받는 「정책실명제」가 정착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새로운 시작이며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우리 정치의 당면 과제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의 「어색한 만남」이 국정운영 동반자간의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자리잡아 우리 정치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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