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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미국의 책임(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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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미국의 책임(社說)

입력
1998.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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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기후협약회의가 폐막이 임박했지만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결론이 도출될 것같지는 않다. 우선 OECD 38개국 1차 의무감축기간(2008∼2012년)에 개도국의 이산화탄소감축 참여를 유도하려는 미국등 선진국의 요구에 개도국이 거의 반대했고, 배출권 거래문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측이 좀체로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회의폐막을 앞두고 주최국인 아르헨티나의 메넴대통령이 선진국의 온실가스감축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상징적 성과가 될 정도이다.기후변화문제는 21세기 인류의 운명이 걸린 변수다. 따라서 온실가스감축의 중요성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감축이 결코 특정 국가나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며, 미국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기후변화에 책임을 느껴야 할 첫째 이유는 온실가스의 대종을 이루는 이산화탄소 방출량이다. 97년도에 대기중에 뿜어낸 전세계의 이산화탄소방출량은 220억톤이고, 그중 미국의 방출량이 23.6%인 52억3,000만톤이다. 이산화탄소는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는 산업활동의 결과다. 전세계인구의 5%도 안되는 나라가 세계 에너지소비량의 거의 25%에 달한다는 것은 미국의 책임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둘째로 미국의 역사적 책임을 들 수 있다. 지구온난화현상은 인류가 산업활동을 통해 대기중에 방출한 이산화탄소가 계속 축적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20세기 후반에야 산업화에 들어간 개도국과 달리 미국은 서유럽과 더불어 지난 150여년간 막대한 온실가스를 대기중에 배출했다. 이런 책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유럽의 적극적인 감축자세와 달리 배출권 거래문제나 환경기술이전에서 지나치게 이기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중국이나 인도의 이산화탄소배출 양상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8년전 리우 환경회의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던 중국의 97년 이산화탄소배출량은 전세계 총량의 13.6%인 30억톤으로 실로 위협적이다. 앞으로 중국은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과 자국의 인구등을 들어 배출량 감축을 최대한 늦출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문제의 심각성은 침몰하는 배와 같아서 과거의 잘못을 따지며 자기 화물의 중요성만 강조하다가는 공멸할 위험이 있다. 이런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스스로 감축의무에 앞장서고, 청정기술을 개도국에 이전하는등 모범을 보이고 개도국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미국은 국제안보나 경제위기 해결에서와 같이 온실가스문제에서도 책임있는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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