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사무실 한켠을 꾸며 직원들과 가볍게 한잔건축가 조건영(52·기산건축대표)씨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건축사무소 지하 한 켠에는 포장마차가 있다. 미니어처를 보관하는 지하사무실 옆 4평 정도의 지하공간에 놓인 포장마차는 조씨와 사무소직원들이 요즘 가장 많이 찾는 곳. 회의는 물론이고 저녁에 직접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는 포장마차 카페이다. 사무실과의 벽은 통유리로 연결하고 별도의 조명을 더했다. 성큰가든(sunken garden)이라 햇볕과 바람도 통한다.
이 포장마차는 그가 직접 설계한 5대 중의 하나. 조씨는 『하도 일거리가 없다보니 재미삼아 해봤다』고 말하지만 이 포장마차에는 그의 건축철학이 담겨있다. 늘어나는 노점상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서 거리미관에도 기여하려고 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이 포장마차는 철제골조에 나무탁자, 타포린으로 만든 천막등 재질은 일반 포장마차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첫 눈에 들어오는 인상은 천양지차. 유럽의 카페 테라스에라도 온 듯하다.
기동성은 더 높아졌다. 기둥파이프는 간편하게 접을 수 있고 발판 아래에는 작은 바퀴가 달려있어 쉽게 옮길 수 있다. 굳이 리어카를 살 필요도 없다. 발판은 탁자보다 안쪽에 놓여 손님이 발을 움직이기도 더 편하다. 제작비는 150만원 정도. 기존 포장마차의 제작비가 30만∼300만원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가격경쟁력도 있다. 포장마차 4대는 전통문화 보급운동단체인 「우리문화사랑」과 광주의 한 음식점에서 사갔다.
조씨는 『우리가 쉽게 만나는 공간부터 짜임새 있고 쓸모 있게 만드는 게 건축가들의 할 일』이라며 『앞으로 각종 노점과 벼룩시장 설비등 가두판매자들을 위한 디자인건축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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