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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의 詩,정객의 辨/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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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의 詩,정객의 辨/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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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쓸쓸하고 역수(易水)는 차다. 장부 한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 대세가 진(秦)으로 기울기 시작하던 전국시대 말, 자객 형가(荊軻)는 시를 남기고 오만한 진왕(후의 시황제)을 암살하러 떠났다. 그는 계책에 따라 진왕 앞까지는 순조롭게 나아갔으나 거사 직전에 실패하여 처형되고 말았다. 시문과 검술에 뛰어났던 형가의 이야기는 「사기」에 실려 있다. 그는 실패했으나 길을 떠나며 남긴 비장미 가득한 시는 길이 기억되고 있다.■『내가 하원에 남아 있으면, 새로운 지도자가 성장하고 배울 기회를 얻기 어려워진다』 뉴트 깅그리치 미국 하원의장은 지난 3일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자 의원직과 의장직을 내던지며 말했다. 공화당 지도자로서 그는 성추문으로 상처 투성이가 된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을 쓰러뜨리는데 실패했다. 클린턴은 회생의 길을 찾고, 깅그리치는 더 큰 정치가의 꿈을 버린 채 고향으로 돌아갔다. 깅그리치의 귀거래사도 오래 기억될 듯하다.

■웨스트 조지아대 역사학 교수였던 깅그리치는 고향인 조지아주 선거에서 두 번의 고배를 마신후 세번째부터 연속 당선해 이번까지 11선 하원의원이 됐다. 과단성 있고 선 굵은 공화당 지도자 깅그리치에 대한 유권자들로의 호오(好惡)는 분명히 나뉘었다. 지지자들은 그의 열정과 논리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94년 중간선거에서 만년 소수당이던 공화당 하원의석을 52석이나 끌어올렸다.

■반대자들은 그의 저돌성을 혐오했다. 이번 선거 때 클린턴 성추문사건을 최대한 물고 늘어진 그의 전략도 역효과를 낸 셈이다. 고향 집에 돌아온 후 쓰레기 비닐봉투를 치우려다 TV카메라에 잡힌 깅그리치는 권위, 저돌성과는 먼 소탈한 모습이었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의회지도자」라는 평을 듣던 그는 벌써 자유스러운 자연인으로 돌아간 것 같다. 그는 선거가 지닌 국민적 카타르시스의 효과를 미국 내외에 두루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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