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이인화·윤대녕 등 7인 인터뷰/“악의적 문학 매도·독자 오도” 문단 발끈한 월간잡지에 실린 기사 때문에 문단이 뒤숭숭하다.
「기자는 화장실에서 아내가 이동도서관에서 빌려온 한 여성작가의 소설을 보다가 집어던져버렸다… 이렇게 한 줌의 가치도 없는 걸 계속 써대는 오늘날 작가란 어떻게 되어먹은 족속들인가」고 시작하는 기사는 「글로써 騷音(소음)을 일으킬 줄 모르는 작가들이여」(「월간조선」 11월호). 신경숙 이인화 신현림 유하 은희경 윤대녕 김미진씨, 90년대의 대표적 젊은 작가들로 꼽히는 7명의 시인 소설가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작가란 글로써 시끄럽게 소음을 일으킬 줄 아는 족속들이었고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소음이 사라졌다고 해야 옳다. 작가들이 글로써 소음을 일으킬 줄 모른다면 무엇으로 살 수 있을지 독자들은 혹 궁금해하지 않을 것인가」라며 취재의도를 밝힌 기자는 신씨에게 『성형수술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나요』라고 묻기도 하고, 은씨에게 『독서란 돈으로 책을 사고 읽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경제행위이다. 당신의 작품이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신변잡담으로 이뤄지는데 투자에 따른 산출의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 기사에 대한 문단의 반응은 인터뷰 자체의 내용을 떠나 기사의 기본 의도가 한국문학의 이미지를 악의적으로 훼손하고, 독자들을 오도해 문학에 대한 균형감각을 잃게 한다는 것. 시인 김정란씨는 10일자 한 조간신문에 「문학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칼럼을 기고해 이 기사 파문을 다뤘다. 김씨는 이 기자가 「오만방자한 자세」로 「처음부터 문학을 능멸하기로 작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씨는 『나 역시 90년대 문학에 대한 불만도 많다』면서 『그러나 문학전문지도 아닌 시사월간지의, 문학적으로 딱한 수준인 ㅅ시인의 시조차 너무 어려워 골머리를 앓는 정도의 문학적 식견을 가진 기자 한 사람이 함부로 덤벼들어 난도질을 해대도 될만큼 우리 문학현장이 너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한 당사자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들이다. 은희경씨는 『기자가 문학에 대해 포한을 가진 사람 같다. 작가 개개인을 악의적으로 쓸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한국문학 전반을 매도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으로서의 공정성을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대녕씨는 『단독인터뷰인줄 알고 응했는데 엉뚱하게 「그룹인터뷰」로 나왔다. 특히 내가 동료작가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기자에게 기사작성시 신중하게 해줄 것을 말했는데 전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기사화돼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무엇보다 이 기사는 문학에 대한 기본적 시각이 잘못돼 있고 독자들이 열악한 90년대의 문학상황에서 그나마 갖고 있는 기대를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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