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으로 무력증… 절도까지 하다 붙잡혀노숙자에 경제학 박사과정에 있는 고학력자가 끼여있는 사실이 검찰에 의해 처음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94년 석사학위를 받고 J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학중인 고모(33)씨가 노숙생활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9월 초. 3년여간 동거하던 대학원 후배 여학생과 헤어진 뒤 실연에 빠져 헤매던 무렵이었다. 고씨는 서울역 앞을 지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에 노숙자들과 함께 기거하기 시작했다. 대학원 부속연구소에서 일하며 월 70만원의 보습학원 강사로 생활하던 고씨에게 노숙자의 삶은 무척 낯설었다. 아침에 일어나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점심 때가 되면 서울역급식소나 탑골공원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늦은 밤에는 서울역지하도나 주변 공원으로 가 노숙자들과 깡소주를 마시며 잠을 청하는 일과의 반복이었다.
두달간 노숙생활을 하던 고씨는 10월말 초등학교를 중퇴한 노숙자 손모(30)씨와 함께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술취한 오모(40)씨의 지갑을 훔쳤다. 훔친 신용카드로 서울 중구 다동 O룸살롱에서 70여만원 상당의 양주를 마시며 호기를 부렸던 고씨는 끝내 쇠고랑을 차고 말았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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