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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로 변한 고구려 유적/송대수·베이징(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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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로 변한 고구려 유적/송대수·베이징(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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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역사의 발원지로 고구려 유적의 보고인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일대.수백년간 고구려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지안시 압록강변 동쪽에 위치했던 국내성은 아파트 단지의 담장이자 쓰레기장이 돼 있었다. 장방형으로 높이 5m, 둘레 길이가 2,713m나 됐던 돌 성벽은 허물어져 불과 수십개만 남았고 잡초만 무성했다.

지안시에서 동북쪽으로 5㎞에 위치한 광개토왕비(廣開土境平安好太王)도 예외는 아니었다. 높이 6.39m, 앞면 2m, 옆면 1.35m의 비석에 새겨진 고구려 건국신화, 영락대왕의 업적에 대한 칭송, 묘 배치 상황 등을 기록한 1,775자의 비문은 마모되고 금이 가 글자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을 정도다.

광개토대왕릉으로 알려진 태왕릉은 배추밭에 폐허처럼 방치돼 있었고 다만 무덤을 쌓았던 거대한 적석들만이 그 위세와 규모를 말해 주었다. 관이 안치됐던 내부는 상부가 내려앉아 관람객이 오리걸음을 해야 입구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 벽면 천정 등은 틈새와 균열이 수도 없이 많았고 구석에는 훼손된 관이 방치돼 관람객들이 조각을 갖고 가기도 했다.

지안시 동쪽 우(禹)산 자락에 위치, 군무·씨름 장면 벽화로 유명한 무용총(舞踊塚)과 각저총(角抵塚)도 잡초가 무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입구를 시멘트로 완전히 밀폐해 흉물로 변해버렸다. 중국의 한 안내인은 이곳을 62년부터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으나 『이 일대 유적지를 특별히 보호한다는 조치는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의 한 직원은 『고구려는 중국의 변방국가였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 기가 막혔다.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과 한국의 학자들도 이곳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점차 폐허가 돼가고 있는 유적지를 한 눈으로 보았을 것이다. 누가 고구려 유적에 대해 신경을 써야할 것인가? 현장을 보니 답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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