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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개도국 ‘유전자 전쟁’/선진국 제약사·유전자공학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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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개도국 ‘유전자 전쟁’/선진국 제약사·유전자공학팀

입력
1998.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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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우림·오지 등 후진국서/신약개발용 동식물 무차별 수집/中·인도 등 방출금지 대응책 부심영토점령이 아닌 동식물 유전자 쟁탈을 위한 제2의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환각성분을 가진 파나마 미세곰팡이, 인도 원시부족이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하는 식물 등을 확보하려는 선진 제약회사나 유전자공학팀이 열대우림이나 오지로 유전자 사냥꾼을 보내 개도국과 유전자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타임 최신호는 보도했다.

선진국의 공격은 무차별적이다. 단돈 5달러를 제공하고 인도 전통의에게 뱀 해독이나 천식에 효과가 있는 식물을 빼내가는 수법은 오래된 일. 현지인들의 전래치료법을 재발견한 것에 불과한 사실을 발명이라는 미명으로 특허까지 출원, 경쟁상대의 접근을 불허하기도 한다.

인간 신체도 예외가 아니다. 필리핀 루손섬의 한 부족은 암과 당뇨병에 면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한 미국 연구소가 이들의 신체 조직을 떼어 갔다. 중국 국립노화연구소는 미국의 요청으로 장수촌 주민들의 혈액 채취를 도와 문제가 된 적도 있다.

동식물에서 추출한 유전자가 실제로 개발과 시험단계를 거쳐 약품으로 나오기까지는 1만분의 1의 성공률과 평균 350만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선진 각국이 유전자에 집착하는 것은 엄청난 이윤 때문. 미국에서 시판되는 신약의 4분의 1이 식물에서 추출한 화학물질로 제조되고 있다.

전세계 26만 5,000여 식물종 중 1%정도가 치료효과가 입증될 정도로 무궁무진한 잠재시장인데다 한번만 성공하면 1년 매출액 100만달러는 손쉽게 보장된다.

이에 대항해 중국이나 인도 등 일부 국가는 동식물 유전자 반출을 금지시키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세관 등 당국에 적발되지도 않는다.

또 생물종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각종 혜택을 전인류가 공유하자는 92년 리우회담의 생물다양성협약도 효과적이지는 않다. 최대의 유전자 해적 행위를 일삼는 미국은 자국의 이득을 위해 아직 협정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동식물유전자의 평화적 이용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 이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유전자 전쟁은 영토 전쟁의 치열함을 능가할 전망이다.<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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