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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문턱서 또 대립 ‘끝없는 앙금’/회담 불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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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문턱서 또 대립 ‘끝없는 앙금’/회담 불발 배경

입력
1998.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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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李 총재 위상만 집착” 野 “들러리만들 의도”/의제절충 실패보다 상호不信이 더 큰 문제여야 총재회담이 문턱에서 일단 무산된 사실은 정치권이 아직도 대선 이후 계속돼온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여야가 회담시간까지 정해놓고도 의제를 둘러싼 「사소한」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이면에는 상대를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간주하는 대립개념이 깔려 있다. 대선이 끝난지 10개월이 지났는데도, 대선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하고 사사건건 상대를 굴복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매달려있는 형국인 것이다.

외형상 총재회담 무산의 이유는 경제청문회, 총격요청사건, 야당의원 영입논란, 감청문제 등의 의제채택을 둘러싼 절충실패였다. 특히 경제청문회는 여야의 미묘한 이해대립으로 막판 타협을 뒤틀리게 했다.

여당은 법정처리시한 직후인 12월3일 실시하자는 입장이었다가 「법정시한후 5일이내 실시」를 수정 제의했으나 야당은 「예산안 처리후 실시」를 주장, 청문회 시점을 정하지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야당의 속셈은 청문회를 하지않겠다는 것』 『청문회 일정은 총재들이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는 소모적인 공방을 주고받았다. 다른 세 항목에 대해서도 야당은 『합의문에 넣든지 아니면 공동발표에 포함시키자』는 제안을 했다. 반면 여당은 『총격요청사건 등을 의제나 합의문은 물론 공동발표문에 넣을 수는 없다』며 『다만 여야가 회담후 각각 개별적으로 「이런 저런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하자』고 맞섰다.

여야가 주고받는 논리의 행간을 보면,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다는 사실이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야당은 『여당이 말로만 이회창총재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띄워놓고 배후에서는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여당은 이총재가 국난극복, 여야관계의 복원, 국정운영 보다는 자신의 위상확보에 더 집착한다는 반응이다. 여당은 이총재가 막후대화에서 합의된 사항을 번번이 뒤집는다며 스스로 국정파트너의 기회를 버리고 있다고 공박한다. 따라서 여야가 불신을 거두고 대선의 앙금으로부터 탈피,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는한 소모적인 대립은 단속적으로 계속될 전망이다.<이영성 기자>

◎청와대 반응/“회담 무산보다 연기로 봐달라”/野 결단 기대속 내심 불만

청와대는 9일 예정됐던 여야총재회담이 문턱에서 불발로 끝난 뒤에도 『회담이 무산됐다기 보다는 연기됐다고 봐달라』고 주문하는 등 마지막까지 「인내」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이강래(李康來) 정무수석은 『영수회담을 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결국은 야당측의 「결단」에 달린 것이므로, 회담이 순식간에 타결될 수도 있다』고 말해 여야 총무간의 협상을 지켜보며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같은 자세는 여야총재회담이 큰 틀을 합의해 놓고 무산될 경우, 여권의 포용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대통령의 장기 순방외교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의제를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데 대해 감정이 상한 기색이다. 박지원(朴智元) 대변인이 이날 오찬회동이 무산됐음을 발표하면서 『현재 이곳 공기로는 (중국 방문이전에는)어렵지 않겠느냐』고 토를 단 것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검찰수사를 지켜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뒤 총풍사건을 새삼 거론하겠다는 것이 앞뒤가 맞는 입장이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서 총재회담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여론을 탐문하는 등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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