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저하땐 생장호르몬 파괴/잎자루 끝에 떨켜생겨 떨어져낙엽귀근(落葉歸根). 가을 낙엽은 떨어져 뿌리로 돌아간다는 말이 아닌가. 푸르름을 잃은 그 이파리들은 겨울뿌리를 따뜻하게 덮어주고 나중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니 우리 사람도 그들에게 한 수 배우는 것이다. 늙으면 자식이나 제자들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새 움이 솟는다는 것을.
제대로 갖춘 잎을 보면 긴 잎자루에 잎새가 붙어 있는데 잎새는 다시 잎살과 잎맥으로 나눠진다. 식물의 핏줄인 잎맥에는 물이 지나는 물관과 양분이 흐르는 체관이 들어 있다. 그래서 O 헨리의 「마지막 잎새」는 「마지막 잎」이라거나 「이파리」로 옮겨쓰는 것이 생물학적으로는 옳다.
그런데 어찌하여 잎들이 마냥 붙어 있지 못하고 낙하를 하는 것일까. 식물도 생장과 개화 결실에까지 여러 가지 호르몬이 관여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생장호르몬인 옥신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세포분열(성장)과 해굽성(햇빛을 향해 굽는 성질)을 일으킴은 물론이고 잎이 줄기에 딱 붙어 있도록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이 호르몬도 엽록소처럼 파괴돼 잎자루 끝에 떨켜가 생겨 잎이 떨어지고 만다.
보도에 뒹구는 은행잎이나 버즘나무(플라타너스)의 잎을 하나 주워서 잎자루 끝을 잘 들여다 보면 칼로 자른 듯 줄기에서 똑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밤나무나 참나무무리는 떨켜가 생기지 않아 어미나무에 그대로 달려 있다. 나름대로 새싹 동생을 보호해 주고 있으니 지저분한 나무라고 나무라지 말 것이다. 다 살게 마련인 것.
공상과 환상은 자유라 만일 이 지구가 우주선 안처럼 무중력상태였다면 저 수많은 낙엽들이 버드나무 씨앗처럼 둥둥 떠다녔을 게 아닌가. 지구가 아래로 잡아당기고 있다는 이 하나의 사실만도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이리라.<강원대 생물학과 교수>강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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