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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낭비 방치하는’ 영화진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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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낭비 방치하는’ 영화진흥공사

입력
1998.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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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사운드믹싱기 5개월 고장/한국영화 줄줄이 美·日서 작업/35만원짜리 1,000만원 더 들어요즘 한국영화는 후반작업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냥 국내에서 모노사운드로 하든지 아니면 외국에 나가 돌비스테레오로 작업을 하든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돌비 사운드믹싱(필름에 소리를 입히는 작업)이 가능한 영화진흥공사의 광학사운드재생기가 5개월째 고장나 있기 때문이다.

6월말 갑자기 고장나자 개봉을 앞둔 영화 「세븐틴」은 서둘러 일본으로 가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후 한국영화는 줄줄이 외국으로 나가야 했다. 「남자의 향기」「아름다운 시절」도 일본에서 돌비사운드믹싱작업을 해야 했다. 「퇴마록」「정사」는 미국으로 갔다. 「약속」은 호주기술자를 불러 태국에서 작업을 했다. 개봉일정에 쫓겨 외국에 갈 수 없거나 제작비 여유가 없는 작품은 아예 포기했다. 「생과부위자료청구소송」「기막힌 사내들」「엑스트라」「파란대문」이 그랬다. 「엑스트라」는 몬트리올영화제 출품이 확정되자 부랴부랴 일본에서 돌비스테레오로 다시 믹싱을 하는 난리를 치렀다.

고장이 나자 영화진흥공사는 『금방 고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구입한지 10년이 넘어 제작사가 없어진데다 겨우 기술자를 찾아냈지만 워낙 기계가 낡아 수리가 불가능했다. 몇 달을 허송세월한 영화진흥공사는 할 수 없이 2억여원을 주고 새 기계를 들여놓기로 했다. 이달 중순 들어오는 새 기계는 설치·시험작업을 거쳐 내년부터야 사용할 수 있다. 그 사이 한국영화는 계속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영화진흥공사에서 이 작업을 하면 1편에 35만원. 영화진흥차원에서 싸게 해준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700만∼1,500만원. 여기에 이동경비, 시간까지 합하면 엄청난 손실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 기계의 수명은 4∼ 7년. 인건비는 높이면서 정작 장비투자에는 늑장을 부린 영화진흥공사가 한국영화제작에 돈을 더 쓰게 만들고 있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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