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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명령 자리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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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명령 자리잡았나?

입력
1998.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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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률 낮고 행형비용 절감탓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관찰관 업무과중·봉사시설 부족으로 ‘선진징벌수단’ 정착에 어려움운전면허부정발급사건으로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받은 연예인 이승연(30)씨가 지난 2일부터 중복장애자 수용시설인 「라파엘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사회봉사명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은 범법자를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대신 양로원이나 고아원 등 공공시설에서 최고 500시간까지 무급봉사토록 하는 제도. 소년법에 의한 보호관찰처분자, 성폭력범죄자, 가정폭력범죄자 등도 사회봉사명령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범법자나 비행소년을 교도소에 수감하지 않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허용함으로써 본인 및 가족에게 미치는 정신적·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사회봉사를 통해 교화효과를 높이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89년 7월1일 소년보호처분의 하나로 보호관찰제도와 함께 사회봉사명령제도를 도입했으며 97년부터 성인범에도 확대 실시하고 있다.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는 90년 2,224명에서 97년 3만551명으로 1,274%나 증가했으며 올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은 대상자의 재범률이 3.0%로 일반 형사범 재범률(43%)에 비해 극히 낮아 효과적인 징벌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교도소 수감시 수감자 1인당 연간 90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비해 사회봉사명령시 1인당 34만원만 소요돼 국가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선진적 행형제도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봉사명령은 일반인의 인식부족, 집행 시설 및 감독 인력의 태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징벌수단으로 뿌리내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봉사를 형벌로 보지않고 단순한 봉사활동으로 착각해 일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위기가 닥치면서 생계곤란 등을 이유로 명령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 관찰과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총3만6,000여명중 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봉사도중 음주나 고스톱, 대리출석 등으로 인해 집행유예가 취소돼 구속되거나 처분변경된 사람은 230여명에 이르렀다.

이같은 현상은 사회봉사활동을 감시하는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봉사시설이 부족해 대상자들이 생업에 지장을 주지않는 선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힘든데 따른 것이다.

현재 전국 보호관찰소는 23개, 보호관찰관은 100명으로 97년 기준으로 직원 1인당 294명의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어 체계적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년간 업무량은 6배이상 늘어났으나 인력은 약 40% 증가에 그쳤다. 관찰관 1인당 관리 대상자는 영국 23명, 미국 76명, 일본 53명에 비하면 5∼10배 수준이다.

서울보호관찰소측은 『사회봉사명령제도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국가예산절감 효과를 감안할때 2000년까지 최소 1,000명이상의 담당인력 증원과 기구증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봉사명령을 집행할 협력기관(시설) 수가 적은 것도 효율적인 명령집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지역에는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등 64개의 협력기관이 확보돼 있으나 작업내용이 청소, 장애인 보조 등으로 한정돼 있어 다양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상자들로부터 평일 일과시간을 피해 주말 또는 야간에만 봉사토록 해달라는 민원도 폭주하고 있다. 하루 봉사명령시간이 8시간이므로 150시간을 선고받으면 20일가량을 일해야하기 때문에 장기간 직장을 비워야한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관찰소측은 봉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주간에 8시간씩, 연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법무부 지침에도 불구, 어쩔수 없이 할부근무 요구를 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서울보호관찰소 신완섭보호관찰관은 『대상자의 야간 근무요구를 들어주고 싶어도 야간에 봉사활동을 할만한 장소가 별로 없어 주말 근무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특히 경범의 경우 생업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그다음 수형자의 편의를 봐서 적절한 수형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사회봉사명령을 내리는 경우 수형자가 일과를 끝낸 적절한 시간을 택해 하루에 1∼3시간씩 무료근무하게 하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박형남판사는 『사회봉사 대상자가 치과의사인 경우 전공을 살려 무료 진료활동을 하게 하는 나라도 있다』며 『사회봉사명령의 효율적 시행을 위해서는 감독인력 증원과 함께 다양한 봉사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남대희 기자>

◎서울지방검찰청 형사3부 부장검사 정동기/“독립형벌로 확대를”

사회봉사명령은 소년을 대상으로 하여 도입된지 7년만에 성인에까지 확대실시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성공한 제도로 평가된다. 실형만이 진정한 처벌로 여겨지던 종래의 일반적 인식이 변화되어, 범죄자에게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부과하지 않는 사회봉사명령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형벌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은 형사정책적으로 지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사회봉사명령을 현재와 같은 집행유예의 조건으로서가 아니라, 징역·금고와 대등한 하나의 독립한 형벌로서 발전시키는 방안이 신중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를 납부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 실시하는 노역장유치처분의 대체수단으로서 도입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사회봉사명령을 집행하는 보호관찰 조직과 예산·인력의 대폭 확충이 가장 시급한 실정이다. (100명 밖에 안되는 보호관찰관만으로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를 포함하여 연간 14만명에 대해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명령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벌써 사회봉사명령이 부실하게 집행되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호관찰관 1인당 50명 정도의 대상자를 담당하는 선진국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에 근접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봉사명령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등 입법상의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사회봉사명령을 일부 집행하거나 또는 집행을 완료하였음에도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기 전에 재범을 하여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형을 복역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이미 집행된 사회봉사명령을 형기에 산입해 주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봉사명령의 집행체계를 확립할 필요도 있다. 보호관찰소가 사회봉사명령의 집행에 적정한 분야와 장소를 결정하지 못하고 법원이 집행분야와 장소를 판결로 선고하기도 한다. 또 보호관찰관은 정기적으로 법원에 집행상황 등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소수의 보호관찰관에 의하여 사회봉사명령이 집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집행기관인 보호관찰소에 대한 법원의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 보호관찰관이 특정분야나 장소에서 소수의 사회봉사명령의 집행에 투입된다면 나머지 다수의 대상자들에 대한 집행에는 그만큼 소홀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무의미한 보고업무도 대폭 축소되어야 한다.

사회봉사명령은 교도소 수용으로 인한 고비용과 부작용을 피하면서도 범죄자를 효율적으로 교화하는 새로운 형벌로서 발전되어야 한다. 사회봉사명령이 독립한 하나의 형벌로서 또는 벌금미납자의 환형유치처분의 대체수단으로서 도입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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