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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파산 예비군’/이상호 경제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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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파산 예비군’/이상호 경제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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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성대보다는 어려운 시절에 새로운 말이 많이 생겨난다. 그저 국제기구 정도로만 알았던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렇게 우리 생활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줄은 1년전만해도 아무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IMF 한파가 불어닥친지 사계절이 지난 지금, 다시 반갑지 않은 단어 하나가 우리 곁에 다가왔다. 「자기파산 예비군」이 그것이다. 극심한 불황에다 실직, 감봉,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치 하락으로 언제 파산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언제 어디서나 개인파산자는 있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는 그 양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에는 분수에 넘치는 과소비, 각종 신용카드를 이용한 무분별한 쇼핑 등으로 인한 파산이 많았다. 자기 책임이 대부분인 「거품(버블)형 파산」이었다. 그러나 IMF 체제 이후에는 절대적인 수입감소에 의한 「불황형」「생활고(生活苦)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얼마전 금융감독위원회는 8월말 현재 금융기관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는 신용불량자가 200만명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55만명이 늘었다고 밝혔다. 8월말이면 퇴직금이나 저축 등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때이고, 신용불량자만 이 정도이니 현재는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소비가 미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0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저축률을 보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축만이 살 길」이라고 말하면 「뭘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만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소비가 되어야 기업도 돌아가고 그래야 고용도, 근로자들의 소득도 유지된다. 그러나 왜 저축률이 올라갔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나마 갖고 있는 돈을 쓰라니. 이들에겐 국가경제가 어떻고, 좀더 장기적으로 봐야 된다는 갖가지 「이론」은 오히려 사치로 들린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들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 그 장치마련에 정부와 그래도 여유가 있는 계층들이 먼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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