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 구별없이 키웁니다”/아들 하나 딸셋 딸부자집/“계집애가 무슨…” 절대금물/집안일 부부 분담 솔선수범/심부름 등 공평하게 나눠줘충북 청주시 흥덕구 수곡2동에 사는 이난경(37·주부) 황선주(40·서원대 중문과 교수)부부는 자녀가 아들 하나, 딸 셋이다.
아들 낳으려고 딸을 줄줄이 낳은 것으로 짐작하겠지만 맏이가 아들이다. 우리나라같은 남초(男超)국가에서 딸을 셋이나 낳은 것만 해도 별나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자원이니까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것이 부부의 지론.
다른 집과 또 다른 점이 있다. 이 집에서는 『계집애가 무슨…』이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수저 놓는 일, 물심부름도 딸이 아니라 그 때 그 때 가까운 곳에 있는 아이가 한다. 큰 아이는 어린 아이보다 일을 더 많이 한다. 이때문에 초등학교 6학년인 맏이 의돈(12)은 『남들은 아들 하나라 대접받고 사는 줄 아는데 사실 내가 제일 차별받는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이씨는 초롱(9) 한메(5) 의인(4)등 딸들한테는 라면을 끓여주어도 의돈이는 직접 끓여 먹게 한다. 『동생들은 어리니까 챙겨주지만 너는 컸으니까 혼자 할 수 있지』가 이씨의 대답. 놀이나 활동이나 딸 아들 구별없이 자유롭게 하게 한다. 이래서 이 집 자녀들은 누구나 적극적인 아이로 동네에 소문이 나 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말괄량이 큰 딸이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으면 이씨는 『어른 앞에서 방자한 자세는 곤란하니 고치라』고 주문한다. 남들처럼 『여자가…』라고 나무라지는 않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씨는 『아들에게 남자다움을, 딸에게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대신 인간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을 요구한다』고 자녀교육관을 요약한다.
남편과 아내도 평등하다. 청소나 무거운 일은 남편 황씨의 몫이다. 게다가 교수남편이 강의가 없는 토요일이면 주부인 아내는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친구들과 산에도 간다. 황씨는 『남자든 여자든 밥 빨래 청소같은 똑같은 집안일을 늘 하다보면 사람이 황폐해진다. 이런 일을 일방적으로 한 사람에게만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이씨가정은 최근 한국여성의 전화가 실시한 「양성평등교육 모범사례」공모에서 우수상에 뽑혔다. 한국여성의 전화는 9일 서울 종로성당에서 시상식을 겸한 「양성평등적 자녀양육세미나」를 열어 평등한 자녀양육법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한국여성의 전화 김현정 간사는 『가정이 사회의 기초단위이므로 가정에서만 실천해도 우리 사회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김동선 기자>김동선>
◎性 역할 고정관념 심어주지 말아야/양성평등교육 어떻게
아이들은 성을 인식하게 되는 2년6개월∼3년쯤 「남자는 씩씩해야 하고 여자는 예쁘고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알게 된다. 그러므로 아들이 우는 것을 나무라거나 딸을 지나치게 꾸며 「예쁘다」고 치켜세우지 말아야 한다. 남자아이를 감정표현을 못하는 인간으로 키우거나 여자에게 외모가 최고의 미덕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어릴 때부터 자기방 정리, 설거지등을 시키고 딸에게 적극성과 진취성을 갖도록 격려한다. TV나 책에서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보면 잘못된 것이라고 알려주고 여자트럭운전사나 남자미용사를 목격하면 『직업은 남녀 모두에게 개방된 것』이라고 말해준다.<조선경 인천 이웃사랑어린이집 원장>조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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