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8월 수교이후 한·중 양국간의 경제교류는 빠른 속도로 확대·발전되어 왔다. 92년 당시63억8,000만달러에 불과하던 양국간의 교역액은 97년에는 236억9,000만달러로 확대됐고, 올들어 8월까지의 교역액은 123억달러에 달한다. 직접투자 역시 급속히 늘어 269건, 2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던 투자실적(신고기준)이 지난해에는 729건, 8억9,000만달러, 올들어 7월까지는 155건, 3억2,000만달러로 늘어났다.질적인 면의 고도화도 어느 정도 이루어 졌다. 완성품 수출, 1차 상품 수입으로 대변되던 수직분업형 교역의 비중이 감소한 반면, 철강 석유화학 섬유·의류산업의 경우 공정간 분업형 교역의 비중이 크게 늘었고, 본지사간 기업내 무역의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 대기업의 투자확대에 따라 92년 82만1,000달러에 불과하던 평균투자규모가 97년에는 122만2,000달러로 늘었고, 내수시장 개척목적의 자본집약산업 투자도 활발히 이루어 지고 있다.
이같은 양적 확대와 질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중 경제관계에 긴장과 갈등의 소지가 전혀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규모가 94년의 7억4,000만달러에서 올 1∼8월에는 36억달러로 확대됐고 여기에 98억달러(97년 기준)에 달하는 대홍콩 흑자까지 감안하면 매년 150억달러 가량의 흑자를 보는 셈인데, 중국측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측이 충분히 납득하도록 한국측이 사정을 설명하고 향후에는 확대균형을 중시하는 통상정책을 펼 것임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 과제는 일부 한국기업들의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시정하는 일이다. 중국정부는 이미 석유화학 철강산업 부문의 덤핑행위와 중간재 밀수출에 대해 한국정부에 항의한 적이 있다.
더구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적지않은 한국기업 본사가 재고상품을 중국시장에 밀어내기식으로 수출하고 있어 한국 상품 이미지마저 「싸구려」로 추락·변질하고 있다. 또 톈진·칭따오 등지에서는 본사의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임금 조세도 제대로 내지 않고 도산하거나 철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살아남은 기업들조차도 중국내 경기침체, 본사 지원 중단, 현지금융의 어려움 때문에 근근히 연명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중 경제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중국 현지 법규를 준수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지 문화를 존중하며, 지역사회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김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그동안 부진의 늪에 빠진 중국과의 산업기술 협력이 다시 활성화할 것을 기대해 본다. 이미 결렬된 중형 항공기부문의 산업기술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관련 부처 장관들의 통상외교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한중 산업기술협력의 장애요인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기술 수준에 대한 중국 고위책임자·실무자의 선입관과 편견을 해소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민간부문간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조세, 연구·개발(R&D) 투자면의 경제적 유인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 김대통령의 방중이 한·중 경제관계를 더욱 공고히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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