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들」(Beadle)이란 영어단어는 대학총장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물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대학에서는 예부터 개교기념일이 되면 총장을 위시한 교수들과 학교관계자들이 열을 지어 행진하는 습관이 남아 있다. 조그마한 대학도시일수록 이 행렬은 주민들의 환영를 받는다. 이때 「비들」은 제일 앞에서 총장의 권위를 상징하는 표지를 들고 자랑스러움에 가득찬 모습으로 걸어간다.■이같은 모습을 보면 대학총장과 교수가 그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짐작하게 하는데, 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교수들이 이처럼 행진하는 것은 중세 유럽의 대학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온다. 그 당시 학생들은 좋은 교수가 있는 곳이면 나라와 거리를 따지지 않고 찾아갔다. 알프스산맥을 걸어서 넘기도 했다. 교수들은 이같은 존경에 개교기념일 등에 행진하면서 권위자랑과 함께 고마운 뜻을 표하고 높은 학문으로 보답했다.
■「비들」이란 말은 「Bidellus」란 라틴어가 원어로 이탈리아어로는 「Bidello」, 독일어로는 「Pedell」이라고 한다. 이들은 평소에는 교수들의 연구나 업무를 돕는다. 중세에는 교수들의 권위가 높았기 때문인지 이들의 사회적 지위도 덩달아 높았다. 유능한 「비들」이 죽으면 학교가 수업을 중지하고 추모했을 정도다. 우리실정으로는 꿈같은 이야기다. 우리나라 대학의 교수들이 「비들」을 앞세우고 행진한다면 시민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정부는 2002년부터 교수계약제를 도입, 교수사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로 했다. 교수들도 더이상 65세란 정년 속에 안주할 수 없게 된다. 연구는 등한히하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탤런트교수나 10년전의 연구노트를 뒤적이며 강의하는 교수는 설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계약제 도입을 계기로 학문연구 풍토가 자리잡아 교수가 지나가면 설령 「비들」을 앞세우지 않았더라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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