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만 날마다 잔치다. 크고 작은 영화제가 쉼없이 이어지고 있다. 10월1일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난뒤 아시아 아트필름 페스티벌(6∼20일)과 서울퀴어영화제(6∼14일)가 시작됐고, 20일이면 서울영화제가 첫 선을 보인다. 인권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12월에 열린다.영화제는 언제나 젊은이들로 넘친다. 부산국제영화제에는 18만5,000여명이 몰렸고,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일본영화를 모아 놓은 아시아 아트필름 페스티벌도 예매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서울퀴어영화제가 열리는 아트선재센터는 동성애영화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반영하듯 첫날 250석이 매진됐다. 「독서의 계절」, 「21세기는 문화시대」라고 아우성을 쳐도 소용없는 출판·문학계로서는 너무나 부러운 모습이다.
잔치는 좋은 것이다. 손님이 많이 몰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영화제는 흥행논리에 밀린 귀중한 예술성을 만나게 해준다. 특정 장르나 감독, 주제의 영화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게 한다. 서준식 인권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영화제는 강력한 사회운동이나 교육의 수단도 된다. 우리영화를 해외에 알리고, 세계영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알맹이 없이 겉모습만 커진 영화제, 사회분위기에 편승하는 이벤트성 영화제, 『너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냐』는 식의 경쟁이 문제다. 더구나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것은 대부분 외국영화이다. 영화제를 광고행사로 생각하는 외화수입업자나 감독들도 많다. 하지만 더 경계할 것은 영화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가치부여가 아닐까. 문화는 영화뿐이며, 영화만이 세상의 중심이며, 사회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규모나 문화수준에 비해 영화가 너무 커져 버린 것은 아닐까. 물론 지금은 영상시대다. 그렇다고 영상이 모든 문화를 앞서는 초월적 존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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