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교원정년 단축안에 대해 교총이 반대입장을 표명하자 교원을 반 교육개혁세력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교육관료나 시민단체 학부모들이 교육은 혁명이나 급진적 개혁조치로 일시에 바꿀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전 국민이 교육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교육의 현장을 가장 잘아는 사람은 바로 교원들이다. 정부가 교원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교육에 일차적 책임이 없는 시민단체 학부모의 의견에만 귀 기울인다면 교육은 개혁이란 미명아래 방황의 골짜기로 빠질 수 있다.
이번 교육개혁안에서 우려되는 문제점은 없는가.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 해서 학생 담임선택제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과연 역기능은 없는 것인가. 수행평가 문제만해도 그렇다. 평가의 결과 신뢰도와 타당성이 결여된다면 평가주체인 교사들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종합생활기록부나 수행평가 자체가 주관적 요소가 많을 뿐아니라 상호비교의 타당한 잣대라고 보기 어렵다. 교사 한사람당 40명 이상되는 학생의 모든 것을 교사가 판단할 수 있다면 그 교사는 신(神)이다.
학부모에 의한 교사평가제도 그렇다. 내 자식 잘 봐주면 좋은 선생님, 꾸짖고 지적하면 나쁜 선생님이 될 우려는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불법과외를 근절하는 것은 교육개혁의 핵심과제이지만 교사들이 학원에 학생을 소개하고 금품을 받아서 불법과외가 사라지지 않는 것인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촌지 문제로 교권이 실추된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오늘이 있기까지 박봉속에서도 교원들이 쌓아올린 국가발전의 공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60세 이상 교원을 한꺼번에 강제퇴출시키는 것이 이 나라 교육의 장래를 위해서 그렇게 절실하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정년단축에 반대하는 교원들을 단지 4∼5년간 월급이나 더 받고 지내려고 발버둥치는 반개혁세력으로 모는 것은 전체 교육자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한꺼번에 무너 뜨리는 일임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서울 구로남 초등학교장>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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