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채윤일씨는 정면돌파를 꾀했다. 힘이 부치는 게 탈이다. 그의 전투력은 「언어」였으나 그 벽을 넘지 못했다.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중인 「칼리굴라」(12월27일까지·023345915)는 카뮈의 「부조리철학의 연극판」이랄 수 있다. 만일 칼리굴라의 광기어린 행동성적 폭력적 사건을 시각화했다면 작품은 얼마나 극적이고 흥미로웠을까. 물론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뜻이지만.
채윤일씨는 그러한 선정성을 배제하고 정면승부를 걸었다. 숱한 기행들은 무대 밖에서 처리된다. 무대 위에 남은 것은 매우 논리적인 대사들이었다. 어차피 스펙터클로는 승부할 수 없는 소극장인 탓도 있다.
그러나 언어가 대체로 죽어 있다는 게 문제다. 번역투였고 장광설이며 그래서 어렵다. 변덕스런 말의 향연에서 관객들이 죽음을 넘으려는 한 인간의 싸움을 알아채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인 것같다.
김학철(칼리굴라 역)씨는 특유의 거리두기로 대사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관객을 웃겼지만 이 역시 작품의 흐름과 함께 간 것은 아니었다.
현대 의상을 입은 것은 원작의 지문대로지만 「칼리굴라」는 고대 로마와 현대 사이에서 부유하는 편이다. 그리고 카뮈의 부조리철학과 어지러운 우리 사회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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