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권자들은 3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상·하 양원 지배구조를 바꾸지는 않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을 부각시켜 의석수를 늘리려던 공화당의 전략에 찬물을 끼얹었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종전과 같은 10석의 의석차를 유지했으나 하원에서는 오히려 의석을 잃었다. 민주당은 의회를 탈환하는데는 실패했으나 스타보고서 이후 수세에 밀렸던 점을 감안한다면 선전을 한 셈이다.연방 상원의원의 3분의 1과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는 대통령임기 중간에 실시되기 때문에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더욱이 올해 선거는 르윈스키 스캔들에 따른 클린턴대통령의 탄핵문제가 걸려 있어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미국유권자들은 르윈스키 스캔들을 중간선거의 중요한 이슈로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공화당은 탄핵결정을 내리는 상원에서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뉴욕 플로리다 캘리포니아등에서 현역의원을 포함, 기대되던 후보들이 낙선함으로써 생기를 잃게 됐다. 이로써 클린턴은 탄핵위험에서 한발짝 벗어나게 됐다. 특히 클린턴부부의 스캔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뉴욕주출신 3선 거물인 공화당의 알폰스 다마토 상원의원의 패배는 백악관에 앓던 이를 뺀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위기를 벗어난 클린턴 대통령은 이제 한숨을 돌리고 재선2기를 맞게 됐다. 그는 2차대전이후 최초로 8년재선 임기를 채우는 민주당 대통령의 영예를 안게 될 것같다. 우리는 이제 클린턴 대통령이 세계금융위기를 비롯해 한반도안보가 걸려있는 북한핵문제 해결에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기대한다.
이번 선거는 또한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 판도가 윤곽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장남 조지 W 부시가 재선불가의 전통을 깨고 텍사스주지사에 재선됐고, 차남 제브 부시가 4년전의 패배를 딛고 플로리다 주지사에 당선됨으로써 케네디家에 버금가는 부시家의 정치적 부상이 시작됐다.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는 차기 대통령선거의 잠재후보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선두주자인 앨 고어 부통령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00년 선거는 지성파인 고어와 사업가 기질의 부시의 대결을 예상할 수 있다. 50개주중 인구가 3, 4위인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부시 형제가 석권한 것은 부시 주지사의 가능성을 한층 높여준다. 21세기를 이끌 미국지도력의 윤곽을 예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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