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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출판사 대표 4명의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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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출판사 대표 4명의 기고

입력
1998.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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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권위의 출판계 큰잔치한국백상출판문화상은 출판계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책의 향연. 어려운 여건에서도 좋은 책 만들기에 전념해 온 출판인과 저자들을 선정, 격려하는 문화잔치이다. 저작상과 출판상분야로 나누어 시상하는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은 지난 해부터 인문사회, 자연과학등 2개 부문이던 저작상을 3개 부문(일반시사교양도서)으로 확대하고 상금도 올렸다. 출판상부문도 그동안 12개이던 것을 올해 CD롬책을 추가, 13개로 늘렸다. 그동안 여러 차례 상을 받았던 출판사대표 4명의 글을 모아 이 상의 의미를 조명해 본다.

◎김성재 일지사 대표/“상업주의로 부터 양서 지키는 보루”

선진국에서는 이제 출판이 신사의 직업과는 거리가 멀게 돼 간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상품적 가치에만 매달리는 출판사가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우리나라에서는 출판공해까지 빚어 내면서 상업주의로만 흐르는 출판사가 숱하게 많지만 아직도 문화적 이상을 지향하는 출판사도 꽤 된다. 이러한 출판사가 펴내는 출판물 중 대표적인 것을 선별해 독자의 눈을 쏠리게 하는 것이 바로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이 아닐까 한다.

내가 이 상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것이 대체로 돈벌기 어려운 책을 잘 골라서 시상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 상이 4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이 나라 유일의 출판에 관한 종합적인 시상제도라는 점도 높이 사야 할 것이다. 그밖의 상은 특정한 한 분야에 관한 상인데다가 역사도 일천하다. 그나마 수적으로도 열 손가락을 채우지 못한다.

해마다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응모리스트를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책을 꽤 많이 펴내고 있구나 하는 점이다. 양식있는 출판사가 좋은 책을 끊임없이 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이 상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

◎김경희 지식산업사 대표/“출판賞 불모지에 우뚝 선 거목”

출판이 교육 언론과 함께 현대사회의 핵심문화인 학문과 예술, 그리고 과학기술의 보호막임을 일찍이 간파한 이가 백상(百想) 장기영(張基榮) 선생이 아니었나 싶다. 창간한지 6년밖에 안된 신문사가 60년부터 과감히 한국출판문화상 제도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빼어난 용단과 실천력의 결과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출발할 당시 국내에는 이렇다 할 학술상 하나 없었기에 한국출판문화상의 꽃이라 할 저작상은 수상자에게는 최고의 학술상을 의미했고, 따라서 하나밖에 주어지지 않는 저작상이 나온 분야의 학계마저 국민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 상이 하도 빛나기에 다른 신문사가 비슷한 제도를 뒤따라 시작했으나 이어지지 못하고 만 적도 있었다. 각종 학술상이 이름을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지만 39회를 맞는 우리나라 유일한 이 출판상은 이 땅의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우뚝하다. 다만 1년 전부터 출발 당시의 이름과 약간 다르게 고쳐 부르고 있는데 40년 가까이 국민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이름이고, 또 출발 당시 제정자의 뜻과도 일치하는 원이름 그대로가 더 좋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은 필자만의 것일지 모르겠다.

◎이기웅 열화당 대표/“출판인 꿈 키워준 영혼의 종소리”

한국출판문화상은 내 나이 꼭 스무살때인 60년에 제정됐다. 한국일보 창간독자이셨던 아버님 덕에 나는 새로운 상의 제정을 알리는 신문의 사고를 본 듯하다. 그 때 역시 출판편집인을 꿈꾸었던 내게, 젊은 신문 한국일보의 알림은 영혼을 울리는 「푸른 종소리」와도 같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근무하거나 관계했던 곳의 사무실이 안국동 중학동 청진동 사간동등이었고 그래서 기개있고 활동적인 모습의 백상 장기영사장이 지프차에 올라 타시곤 하던 광경을 자주 뵈었다. 백상은 활자문화의 화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신문을 만들면서도 책에 눈을 주었다.

나는 이 상을 여러 차례 받은 편이다. 수상식때 나는 아무리 바빠도 이 상을 받기 위해 수상자석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어떤 출판인들은 그것을 쑥스러워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 경솔한 생각이 경솔한 책을 만들기 쉽다. 나는 수상자석에 미리 앉아 주최측이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서 백상선생을 회상한다. 이 상이 마흔해 가까이 우리 출판이 경박함에 빠지지 않도록 무게를 실어온 역사를 추억한다. 이 청량한 목탁소리가 오래도록 끊이지 않기를!

◎김언호 한길사 대표·출판인회의 회장/“知力사회 여는 국민적 지식축제”

사람은 책을 만들지만, 책은 사회와 나라를 일으켜 세운다. 한 시대 한 국가사회의 문화적 수준과 정치·경제적 역량은 책의 문화로 가늠할 수 있다. 선진의 국가사회는 그것에 상응하는 출판문화를 갖고 있다. 책 없이 21세기의 문명·문화는 성립하지 못한다.

한국일보사의 출판문화상은 참으로 과학적인 문제의식이자 창조적인 문화행위라고 생각한다. 출판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을 창출해 내는 출판인·출판사·저자들의 역할을 평가해 내는 한국일보사의 작업은 대단히 선구적인 문화축제이자 지력사회로 가는 큰 성과이다.

인간과 사회를 한 차원 진전시키는 책문화의 창출은, 그것을 기획하고 집필하고 편집해 내는 출판인들과 저자들의 장구한 노력과 치열한 정신으로 비로소 가능하다. 이제 한국일보사의 출판문화상은 양서를 진흥시키는 우리 사회의 믿음직한 구조와 제도가 됐다. 출판문화의 현장에서, 오직 좋은 책을 기획하고 아름답게 쓰기와 만들어내기에 땀과 혼을 투여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이 상의 가치는 21세기를 맞는 오늘 우리들에게 한층 더 소중하다. 그 어떤 시상제도보다 빛나고 아름다운 국민의 지식축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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