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이후 남성호르몬 급감/불면증·우울증·성기능장애『마누라 폐경기에 듣던 푸념을 지금 제가 겪고 있어요. 이제 겨우 나이 50 중반인데 기운이 없어요. 쉬 피로하고, 우울해지고, 발기력도 떨어지고…』
남성에게도 폐경기가 있다. 건강한 남성이 55세가 넘으면 약 20%에서 혈중 남성호르몬이 청년의 하한치 미만으로 떨어진다. 남성호르몬을 생산하는 고환이 왕성했던 기능을 점차 잃어가기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여성에 비해 나타나는 시기도 늦고 변화가 급격하지도 않다.
듣기에 거북한 「남성 폐경기」보다는 노인남성의 「진행성 남성호르몬 부분결핍증」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할 것이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면 불면증 피로감 우울증 두통 등이 생기고 성기능도 약해진다. 여성 폐경기처럼 골다공증과 골절을 일으키기도 한다.
진단만 내려지면 치료는 간단하다.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나 복용약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을 쉽게 살 수 있는 우리나라에선 약물의 오·남용이 우려된다. 노화에 따른 남성호르몬의 감소가 비교적 일관되게 관찰되는 현상이긴 하나, 모든 남성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섣부른 남성호르몬요법은 전립선암과 같은 전립선질환과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성호르몬을 투여한다고 위와 같은 증상이 모두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가령 노인남성의 성기능 이상에는 혈관계나 신경계의 여러 조절기구가 관여한다. 심인성 요인까지를 고려할 때 단순히 남성호르몬의 공급만으로 성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모든 치료법이 그러하듯 남성호르몬요법도 개개인의 질병상태에 따라 득과 손실을 저울질한 후 선택해야 한다.
당연히 전문의의 판단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남성호르몬 감소에 대해 무조건 남성호르몬요법을 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폐경기도 서러운데 약물 부작용으로 고생할 수야 없지 않은가. 남성호르몬은 필요한 남성에게 선별 투여할 때만 묘약이 될 것이다.<대한남성과학회장·서울대의대 비뇨기과 교수>대한남성과학회장·서울대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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