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활의 시시콜콜한 면까지 간섭하던 각종 규제가 대폭 줄어든다. 개인생활이 정부의 통제에 의하지 않고 성숙한 자율의식에 의해 지탱되도록 제도가 개선되는 것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과소비와 허례허식을 막는데 중점을 둔 가정의례법과, 여관 목욕탕 세탁업 등을 규제하던 공중위생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경조사의 청첩장과 음식접대가 허용되고 여관 목욕탕 이발관 등이 자유업으로 바뀌며, 그 업종의 칸막이 같은 시설기준도 없어진다. 우유 빵 등 식품에 대한 유통기한 표시도 폐지된다.지난 69년 가정의례법이 제정된 데는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 법은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과 동떨어져 사문화한 경우도 많았다. 그런 가운데 규제가 계속되는 것은 부자연스런 일이다. 규제개혁위가 1,000건 이상의 규제를 완화한 것은 개인의 자율성·창의성을 존중하는 면에서 바람직하고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하는 일이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가령 우유 빵 등에 대해 업체별로 유통기한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했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불량식품이 유통될 가능성이 있고, 공중위생업의 자유화로 칸막이 이발소가 생겨나는 등 변태업소가 등장하고 퇴폐행위가 만연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경제난이 심각한 지금 호화결혼식등이 되살아난다면 관혼상제 간소화 풍조에 역행할뿐 아니라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할 수도 있다.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후관리와 처벌기준을 강화하고,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가정의례운동 지원법(가칭)」을 제정할 계획이다.
규제개혁위의 개선안 중에는 의무적 예방접종이 폐지되고 자율에 맡겨져 국민건강상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도 있어 대체입법 과정에서 보완할 것도 있고, 묘지면적 축소처럼 오히려 규제를 강화했으나 환영할 만한 것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국민의 자율의식을 존중하고 있다. 이제부터 국민 각자의 도덕적 가치관과 준법정신에 의해 사회가 유지되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개인 각자가 나서거나 개인이 힘을 합쳐 운동단체를 구성하여 건강한 생활규범을 만들어 가야 한다. 특히 부유층과 권력층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일부 계층의 과소비로 인해 지금까지 가정의례법에 의해 규제를 받던 관혼상제 등이 호화판으로 흐르고, 다른 이들도 이를 따라서 한다면 자율에 의한 건강한 시민사회 만들기는 수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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