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대통령 “北 석유 가능성 있습니까”/鄭 회장 “金正日 경협에 적극 관심”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일 청와대를 찾은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 일행을 차분하고 실무적인 태도로 맞았다. 35분간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김대통령은 정치적인 언급을 일절 삼가고 현대의 대북(對北)사업의 「현실성」을 캐물었다. 김대통령의 조심스러움은 지나친 기대와 내부 반발로 모처럼의 합의가 무산되는 것을 경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금강산 개발이 『꼭 성공해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다음은 대화요지.
▲김대통령=많은 일을 합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명예회장=평양에서 기름이 나오는 데 남한에 파이프라인을 연결해서 석유를 공급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김대통령=그 기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까.
▲정몽헌(鄭夢憲) 현대회장=가능성은 잘 모르지만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탐사개발의 참여를 요구했습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기름이 생산되면 남쪽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명예회장이 남한에 가 신문에 공개해도 좋으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했습니다. 김정일은 사진을 보면 기름이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에서 탐사를 많이 제의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김대통령=그런것은 장차 이야기 아닙니까. 우선 다녀온 얘기를 해보십시오.
▲정몽헌=김정일은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으니 모든 게 잘됐거니 생각했는데, 아태평화위에서 만나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정명예회장께서 연세도 드시고 몸이 불편하시니 초대소에 들렀다」면서 주로 기름 얘기를 했습니다. 옆에 있던 김용순(金容淳) 아태평화위 위원장에게 「금강산 개발이 왜 늦어지고 있느냐」고 물었고 김위원장이 「곧 실현됩니다」고 했습니다. 김정일은 「우리는 처음에 금강산을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두려고 생각했지만 현대가 개발한다고 하니 꼭 적극적으로 개발해달라」고 얘기했습니다. 또 「김일성주석이 생존시 통천에 비행장을 건립해 일본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을 세웠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습니다. 금강산 개발에 대한 의지가 오래전부터 있었던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김대통령=그러면 실천하기 위해 합의한 것은 무엇인가요.
▲정몽헌=금강산, 체육관, 카라디오, 광천수 샘물개발 등은 곧 실현됩니다.
▲김대통령=임금에 대해 합의했습니까.
▲정몽헌=합의는 없었지만 장전항 온정리의 도로를 개발하는 데 투입한 임금은 월 100달러 정도입니다.
▲김대통령=남한과의 경제교류 열의가 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까.
▲정몽헌=김정일은 남포공단이 잘 안된다면서 김용순 위원장에게 물었고, 김위원장도 「잘안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김정일은 남쪽과 경제협력을 갈망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금강산 개발이 늦어졌다고 책망투로 얘기하면서 비행장, 온천 등에 적극적 관심을 표시했으며, 금강산을 꼭 개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대통령=그러면 공단은 한다고 동의를 하던가요.
▲정몽헌=북쪽에서는 혼자 모든 것을 다 못하니까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금강산 개발에 대한 열의는 있으나 공단 개발은 시일이 걸릴 것 같습니다. 승용차, 고선박 해체 등 사업이 있지만 전력 때문에 안될 것같습니다.
▲김대통령=금강산은 독점이 됐습니까.
▲정몽헌=독점이라는 문구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김용순에게 「현대와 하는 사업을 여러 사람과 나눠서 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계약서에 그외 장기간이라는 표현이 있는 데 북한측은 홍콩조차를 생각하면서 돈을 받고 땅을 파는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명확한 기간을 표시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30년, 50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김대통령=경제협력은 쌍방이익을 위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매우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너무 과장되게 보도되면 안됩니다. 과거 기업들이 요란했지만 결과적으로 무엇이 있었습니까. 하나씩 하나씩 쌓아올리는 게 좋지요. 국민감정도 있기 때문에 착실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금강산 사업을 무난히 성공시킬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시키고 가장 큰 것은 공단조성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꼭 성공하기 바랍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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